'소비의 나라' 미국이 바뀌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보유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치솟는 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하자 '덜 쓰고 덜 먹자'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 US뉴스&월드리포트지는 28일 미국의 이 같은 소비패턴 변화를 두고 '신용카드 소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집중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마치 쇼핑 중독에 걸린 것처럼 빚을 내서라도 사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는 성향이 강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제외하고도 미국인 1인당 카드 빚은 평균 1만6635달러에 달한다. 전체 신용카드 빚은 2000년 이후 50%가량 늘었다. 반면 저축률은 거의 제로 수준이다. 때문에 1965년 이후 여섯 차례의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전년 대비 소비가 감소한 적은 단 두 해밖에 없었다. 왕성한 소비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파티는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스콧 호이트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소비경제 담당 임원은 "일자리는 줄고 신용경색으로 빚을 내기도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주가 하락으로 자본 손실을 보고 있다"며 "예전처럼 쉽게 돈을 빌려 원하는 물건을 사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환경 변화에 맞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핵심적인 요인은 주택가격 급락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소비가 활성화된 데는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1965년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였다. 하지만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을 본격적으로 사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그 비중이 계속 높아져 현재는 70%를 넘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