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서울 서초구 반포1동에서 '케이크오페라(Cake Opera)'란 상호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경선(47)입니다. 총 면적은 90㎡(27평)로 제과 시설을 갖추고 빵과 과자 등을 만드는 공장이 50㎡(약 15평),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약 40㎡(약 12평)입니다. 매장에는 테이블 1개(4석)가 놓여 있습니다. 점포는 아내가 매장을 담당하고 제빵 기술자인 저는 종업원 3명과 함께 공장에서 제품을 만듭니다.

저는 25년간 제과ㆍ제빵분야에서 일해 왔습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옆에 있는 상류층 사교클럽인 서울클럽에서 제과부 조리장으로 5년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제과ㆍ제빵 기술에 관해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3년 전 직장 생활을 그만두면서 퇴직금 일부로 받은 4000만원을 투자해 강동구 성내동에서 10평 규모의 소규모 제과점을 아내와 함께 창업했습니다.

주위에서 빵맛이 좋다는 평판을 받았고 장사도 잘돼서 돈을 벌었고 점포 운영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평소 점포가 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2000년 4월에 현재 장소로 옮겨 개업했습니다. 개업 비용으로 보증금 5000만원을 포함해 인테리어와 시설,주방 집기 구입 등으로 모두 7200만원이 들었습니다. 임대료는 월 265만원입니다. 또 인근 주택을 얻어 종업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비용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원씩 주고 있습니다.

개업 초기에는 영업 실적이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인근에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손님이 점차 줄어들고 판매 실적도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하루 판매액이 70만~95만원 정도 되고 한 달 매출은 정확히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2100만~2300만원가량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식재료 원가가 35% 정도 됩니다. 종업원들의 인건비와 월세 등을 제하면 한 달 수익이 200만~300만원 정도입니다. 어떻게 하면 점포를 활성화시키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


입지 ‥ 경부고속도-강남대로 사이 위치, 20ㆍ50대 비중높고 유흥주점 많아

의뢰인의 점포는 경부고속도로와 강남대로 사이에 위치한 일반 주택가 상권 중심부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서울 강남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뢰인의 점포에서 불과 1㎞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삼호아파트와 반포 주공 등 대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정작 1차 상권에 해당하는 반경 500m 이내에는 아파트 비중이 전체 가구의 26%에 불과합니다.

대신 일반주택가에서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오래된 빌라,단독 주택,저층 상가건물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남의 강북'이라고 불릴 만큼 강남권에서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편입니다.

이 지역은 교통 여건 때문에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수십년 동안 현재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권도 중장년기 특성을 보입니다. 연령별 인구 구성을 보면 유아와 어린이,10대 청소년의 비율이 낮은 반면 20대와 50대의 비율이 높습니다. 강남권에 직장을 둔 솔로족이나 맞벌이 부부가 많고 20대 여성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8%포인트가량 높은 것도 특징입니다.

이 상권에는 술과 관련된 먹거리가 풍성하고 유흥업소가 전체 외식업소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많습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주택가 초입에 있어 제과점 입지로는 좋은 편입니다.

반면 제과점은 판매형 외식업이기 때문에 주위에 판매업소가 많을수록 좋지만 인근에 유흥업소나 술을 파는 외식업소들이 대부분이어서 쇼핑 연계 효과를 볼 수 없는 게 단점입니다.

걸림돌 ‥ 제과ㆍ제빵 '나만의 기술력' 과신, 매장 구성ㆍ신제품 등 마케팅 소홀

10여년 전부터 대기업들이 제과ㆍ제빵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영세한 독립 제과점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유명 브랜드들의 고객 선호도에 맞춘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매뉴얼화된 과학적인 경영 등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의 점포도 뛰어난 빵맛과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경쟁 프랜차이즈들의 영향이 큽니다.

의뢰인은 제과ㆍ제빵 기술력을 과신해 마케팅이나 신제품 개발,매장 구성 등을 소홀히 하고 수제 제과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판 등 매장 외관이 노후화돼 소비자들이 쉽게 들어오기가 부담스럽습니다. 매장 면적에 비해 디스플레이 공간 비중이 높고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무질서하게 너무 많이 놓여 있어 갑갑한 느낌을 줍니다. 현재 제과점은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베이커리카페 형태로 변하고 있는 추세지만 의뢰인의 점포는 테이블 하나가 구석에 비좁게 놓여져 있을 뿐입니다.

주먹구구식 경영도 문제입니다. 부부가 점포에서 함께 일하면서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란 식으로 지출이 이뤄지고,손익 계산 등 재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점포 지출과 가계 지출이 구분되지 않는 점포 운영 방식으로는 경영 개선이나 매출 증대 전략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또 8년여간 점포를 운영해 오면서 현재 단골 고객 명단도 없는 고객 관리를 등한시해 온 것도 문제입니다.


현재 일평균 70만~8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영업실적은 부진한 편입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임대료나 감가상각비,부부의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한 달에 3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려야 적정합니다.

하루 100만원 매출을 목표로 설정하고 점포 운영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야 합니다.

수제 제과ㆍ제빵 전문점으로서 인근에 있는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매장 외관이나 인테리어,디스플레이 방식,주먹구구식 경영 등을 개선하고 의뢰인의 경력과 전문성 등 점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의뢰인은 제빵ㆍ제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맛으로만 승부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품력에 대한 자긍심으로 할인행사나 각종 이벤트,커피 판매 등을 꺼려 왔습니다.

이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고객의 취향에 맞춘 신상품을 개발하고 매출 증대를 위한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해 실적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요일별로 이벤트 빵을 만들거나 저녁 시간대에는 정상 가격보다 20~30% 저렴한 세트를 구성해 판매하는 등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시도해야 합니다.

매장도 다시 정비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 공간을 줄이고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상품을 진열하는 게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빵이나 과자는 유통기한이 짧고 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상품별로 유통기한을 표시해 주고 꼭 필요한 구색 상품이 아니라면 잘 팔리지 않는 품목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현재 한 개뿐인 테이블도 두 개로 늘리고 가급적 미닫이 문쪽에 배치해 외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카페 형태로 리뉴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공장'으로 부르는 주방은 유리 칸막이로 돼 있어 고객들이 매장에서 빵을 구워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의뢰인을 포함해 4명의 인력이 주방에서 바쁘게 빵을 만드는 모습은 요즘 제과점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풍경으로 이 점포가 가진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현재 유리 칸막이에 케이크 진열대가 높게 설치돼 있어 주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진열대를 벽면으로 옮겨 주방을 잘 보이게 해야 합니다. 완전히 차단된 주방과 매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해 갓 구워내는 빵 냄새를 고객들이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원활한 고객관리와 마케팅 전략을 위해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금전등록기 대신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합니다. 의뢰인이 국내 최상위층 사교클럽의 대명사인 서울클럽에서 제과장으로 근무한 경력이나 각종 수상 이력 등을 고객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또 지속적으로 쿠폰을 발행하거나 마일리지제를 실시하고 자주 오는 고객에게는 각종 이벤트와 갓 구워낸 빵이 나오는 시간 등을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좋습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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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신 분들] 김형영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장,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