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눈에 비친 만주 등 북방의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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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밤 힌당나귀타고/ 산골로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산골로가 마가리에살쟈.'(백석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중,1938년)
평안도,함경도,간도,만주대륙 등 북방(北方)을 다룬 문학 작품은 분단 이후 우리 문학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남북 대립으로 월북,재북,납북 문인이나 작품의 논의가 1988년 해금조치 전까지 금지됐기 때문이다.
시인인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이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서정시학)에서 북방을 노래한 시인 김동환,백석,이용악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분석했다.
곽씨에 따르면 북방의 삶과 정서를 문단에 처음 선보인 시인은 김동환이다. 그는 서사시 <국경의 밤> 등을 발표하며 북방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남성적인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이전까지 한국 문학의 배경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북방을 암울한 일제시대의 상징 공간으로 제시하며 민족정서를 표현한 것.일례로 <국경의 밤>에서 남편을 소금 밀수출에 떠나보낸 젊은 아내의 불안한 심경이 국경마을 사람들 전체의 심리로 확대된다.
백석은 관서지방을 중심으로 한 북방의 풍물과 풍속,생활과 정서를 작품에 담아냈다. 그는 북방마을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상정하고,작품에서 이를 회복하고자 시도했으며 때로는 상실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고야(古夜)>에서 '내일같이명절날인밤은 부엌에 쩨듯하니 불이밝고 솥뚜껑이놀으며 구수한내음새 곰국이무르끓고…'라고 노래하며,갈등과 대립이 없는 북방의 삶을 재구성하며 이상공간을 복원해냈다.
이용악은 일제 치하의 빈농들이 간도,만주,연해주 등 북방에서 유이민(流移民)으로 떠도는 실상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아홉살 되든 해/ 사냥개 꿩을 쫓아단이는 겨울/ 이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대론지 살아지고 이튼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옥만 눈우에 떨고있었다'며 1930년대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한겨울에 북방으로 떠난 한 가족의 사연을 다룬 <낡은집> 등에서 그는 가난과 불모와 시름의 공간을 형상화했다.
곽씨는 "북방은 우리 민족의 뿌리가 시작된 곳이자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가장 강성했던 시기의 기억이 있는 곳"이라며 "세 시인에게 북방은 여러 민족이 부딪치고 공존하는 공동체적 삶의 공간이자,훼손되지 않은 시원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평안도,함경도,간도,만주대륙 등 북방(北方)을 다룬 문학 작품은 분단 이후 우리 문학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남북 대립으로 월북,재북,납북 문인이나 작품의 논의가 1988년 해금조치 전까지 금지됐기 때문이다.
시인인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이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서정시학)에서 북방을 노래한 시인 김동환,백석,이용악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분석했다.
곽씨에 따르면 북방의 삶과 정서를 문단에 처음 선보인 시인은 김동환이다. 그는 서사시 <국경의 밤> 등을 발표하며 북방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남성적인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이전까지 한국 문학의 배경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북방을 암울한 일제시대의 상징 공간으로 제시하며 민족정서를 표현한 것.일례로 <국경의 밤>에서 남편을 소금 밀수출에 떠나보낸 젊은 아내의 불안한 심경이 국경마을 사람들 전체의 심리로 확대된다.
백석은 관서지방을 중심으로 한 북방의 풍물과 풍속,생활과 정서를 작품에 담아냈다. 그는 북방마을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상정하고,작품에서 이를 회복하고자 시도했으며 때로는 상실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고야(古夜)>에서 '내일같이명절날인밤은 부엌에 쩨듯하니 불이밝고 솥뚜껑이놀으며 구수한내음새 곰국이무르끓고…'라고 노래하며,갈등과 대립이 없는 북방의 삶을 재구성하며 이상공간을 복원해냈다.
이용악은 일제 치하의 빈농들이 간도,만주,연해주 등 북방에서 유이민(流移民)으로 떠도는 실상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아홉살 되든 해/ 사냥개 꿩을 쫓아단이는 겨울/ 이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대론지 살아지고 이튼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옥만 눈우에 떨고있었다'며 1930년대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한겨울에 북방으로 떠난 한 가족의 사연을 다룬 <낡은집> 등에서 그는 가난과 불모와 시름의 공간을 형상화했다.
곽씨는 "북방은 우리 민족의 뿌리가 시작된 곳이자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가장 강성했던 시기의 기억이 있는 곳"이라며 "세 시인에게 북방은 여러 민족이 부딪치고 공존하는 공동체적 삶의 공간이자,훼손되지 않은 시원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