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 jinsoo@cj.net>

'태산은 어떤 토양이든 사양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므로 그렇게 크게 될 수 있었고,바다는 어떤 가는 물줄기일지라도 버리지 않고 다 받아들이므로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다. ' 이 글은 진시황을 도와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데 기여한 재상 이사(李斯)가 지었다. 진나라는 이런 사상으로 전국시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던 인재를 차별 없이 다 받아들였기에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일본의 유명한 여성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서도 로마가 그렇게 오랫동안 서양을 지배하면서 군림할 수 있었던 힘 역시 다양한 이(異)민족과 이(異)문화의 특성을 존중하고 좋은 것은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 역사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현재의 미국을 보면 다양성의 힘이 느껴진다. 미국의 강대함 또한 세계 도처에서 끊임없이 유입되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인 나라는 폐쇄적인 나라보다 오랫동안 번영을 누려 왔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 기업들은 어떤가. 기업들은 국경을 넘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익숙한 동료들끼리 열심히 노력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기존 구성원들끼리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수혈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인재는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월드클래스 인재라면 국적에 관계 없이 수혈하고 있다. 외부 인재들에 대해 기존 구성원들은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갈 고마운 동료로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인재들이 많아야 한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 없이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동참하는 구성원이 다양할수록 강해지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부터 출신을 가리지 않고 국가 대표급 인재가 모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순혈로는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없다. 내부 구성원들끼리 자족하고 안주하면 국내 대기업 수준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망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인재를 차별 없이 받아들여 중국을 통일하는 데 기여한 진나라의 인재에 대한 사상과 이민족과 이문화를 받아들여 오랫동안 서양을 지배한 로마인의 지혜를 통해 다양성의 힘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