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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구 칼럼] 약자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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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13개나 따내고 귀국한 우리 선수단은 참으로 자랑스럽다. 그들이 국민에게 선사한 환희와 감동을 생각하면 아무리 박수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다. 금메달은 물론 은메달과 동메달 또한 대단히 값지다.

    그 중에서도 국민들로부터 가장 인상 깊은 메달로 평가받은 것은(한국갤럽 조사) 야구 금메달이었다. 박태환(수영)과 장미란(역도)이 따낸 금메달이 뒤를 이었다. 세계 스포츠계에서의 위상을 감안해 따진다면 질적 양적으로 꾸준히 우위를 지켜온 양궁과 태권도가 이들을 능가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 것은 압도적 우위를 지키는 종목이 아니었다. 야구는 본고장인 미국과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최강 쿠바, 한 수 위로 평가되는 일본을 잇따라 격파한 것이 국민들을 뿌듯하게 만들었음에 틀림없다.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에다 신체적으로도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조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약자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더 강하게 여겨지던 상대를 이긴 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한 쪽뿐인 다리로 10㎞ 수영마라톤을 완주하는가 하면, 암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선수의 인간승리가 가슴을 진하게 적신 것도 불리한 조건을 가진 약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경을 이겨낸 선수들은 약자라고 해서 계속 약자로만 남아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결코 체념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 희망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스포츠뿐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약자들의 도전과 승리는 새로운 변화와 창조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버클리대 교수를 지낸 철학자 에릭 호퍼는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독자성(아이덴티티)은 약자도 때로는 강자에게 승리하는 점에 있다는 이론을 펴 주목을 받았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철저히 지배하는 동물세계와는 달리 인간 사회에는 '약자의 역할'이 있고 그것이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존 질서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그 상황이 유지되길 바라며 안주하지만 소외된 약자들은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시도하는 까닭이다.

    실제 초강대국 미국의 기초를 닦은 것은 바로 소외된 약자들이었다. 개척 초기 미국에 이주한 사람들은 사형수,전과자,부랑자,경제적으로 파산한 자 등 경쟁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더 잃을 것이 없는 그들은 모험을 감행하며 황무지를 개척했고 영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독립을 쟁취해 슈퍼파워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현대사회를 뒤흔들었던 공산주의도 노동자 농민 등 상대적 약자들에 의한 거대한 실험이었다. 결국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한때는 미국과 맞서며 2극체제까지 만들어냈다. 오늘날 사회보장제도를 갖춘 유럽식 사회주의가 뿌리를 내린 것도 공산주의의 도미노식 확산을 우려한 유럽국들이 소외층을 포용하기 위한 것이었고 보면 이들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

    그리고 지금,미국에서는 인류사에 기록될 만한 또다른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오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오바마와 공화당 매케인 후보가 벌이는 대통령 선거전이 바로 그것이다. 양당 간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노예로 끌려온 후 오랫동안 약자의 입장에 있던 흑인과 기득권을 누려온 백인 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대선 결과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지만,만일 오바마 후보가 승리한다면 인종차별,인종 편견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성을 갖는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국 선거전은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약자가 세상을 바꾼다. 희망은 늘 함께한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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