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이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축사에서 "녹색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뒤 '그린' 열풍이 불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린 카,그린 에너지,그린 홈 등 구체적인 녹색경영 방안을 짜내느라 고심한다. 정부도 녹색성장을 위해 10월부터 '탄소 캐쉬백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온실가스 저배출 제품을 살 때 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를 대중교통 등 생활요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환경은 돈이다(Green is green)"라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말이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적용되는 셈이다.

이멜트 회장은 2005년 5월 '에코매지내이션(ecomagination)'이라는 친환경 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GE의 친환경 제품 매출을 200억달러로 올리겠다는 목표로 친환경사업을 벌이며 기업 이미지를 높였다. 일본 도요타도 1997년 휘발유를 적게 쓰는 하이브리드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이젠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이 도태되고 친환경 이미지를 잘 쌓은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

친환경 노력은 정보기술(IT)분야에서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세계 최대 IT서비스회사 IBM은 1971년 기업환경정책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1990년부터 매년 기업환경 보고서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친환경 정보기술에 연간 10억달러씩 투자한다는 '빅 그린(big green)'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구글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2012년까지 자체 전력수요를 100% 자급자족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3분의 1을 각종 서버 등 IT장비가 소비하고 있는데 전력 누수가 많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보여준 녹색성장의 핵심은 저전력과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는 '그린 IT'다. 그린IT는 서버 등 IT장비에 드는 전력소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IT를 이용한 에너지 절감 활동 전체를 말한다. 에너지를 어디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여주고,그것을 어떻게 절감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에너지가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술은 IT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도 2050년까지 국가전체 탄소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쿨 어스(cool earth) 2050'을 추진하면서 IT를 이용한 에너지절감 분야를 일본그린IT협의회에 맡기고 있다.

IT를 통해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삼성SDS,LG CNS,SK C&C,포스데이타,KT 등 국내 IT서비스 회사들의 역할이 크다. 한국이 IT강국인 만큼 녹색성장에서도 IT를 토대로 한 성장잠재력을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IT인프라에 드는 전력을 최소화하는 게 녹색성장의 첫 단추다. 그런 점에서 IT서비스 회사들은 녹색성장의 방관자가 아니라 자동차,건설,에너지 회사들과 함께 그린코리아를 일궈나가야 하는 주체다.
녹색성장은 효율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이슈다.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돼 북극의 빙산과 태평양 섬나라들이 사라지는 환경재앙은 막아야 한다. 레드오션(포화된 시장)과 블루오션(무경쟁 신시장)을 넘어서 IT를 바탕으로 그린오션(친환경 신시장)을 넓혀가야 하는 이유다.

최명수 산업부 차장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