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오차오(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의 성화는 꺼지고 파티는 끝났다. 오륜기에 가려져 있던 중국 경제의 빨간불이 부각되고 있다. '올림픽 개최국은 올림픽 이후 경기침체를 겪는다'는 밸리(Valleyㆍ계곡) 이펙트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감소,내수부진,자산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10.1%에 그쳐 4분기 연속 둔화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림픽 폐막과 동시에 응급처방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경제정책 성장 위주로 전환

중국 지도부는 이미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경기 과열과 물가의 동시 억제(兩防ㆍ량팡)'에서 '성장 유지와 물가 억제(一保一控ㆍ이바오이쿵)'로 바꿨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올림픽 이후 최대 1조위안(약 150조원)의 경기부양책 실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는 고정투자를 중심으로 약 4000억위안(60조원) 규모의 부양책에,5000억∼6000억위안(75조~90조원)으로 추산되는 쓰촨성 대지진 복구자금을 포함한 것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과 인프라 건설이 핵심이다. KOTRA 베이징사무소 곽복선 소장은 "효과 면에서 볼 때 투자확대가 가장 효율적인 경기부양책"이라며 "중국 정부로선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확대와 내수진작책도 거론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섬유 등 일부 업종에 대해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을 재개했다. 이를 신발 장난감 등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하고,내수진작을 위해 개인소득세 면세점을 월 2000위안에서 3000위안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 수출 증가율은 올 상반기 21.9%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포인트 낮아졌다. 7월 소비증가율은 23.3%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등 수출과 내수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이기 때문이다.

아예 긴축을 완화해 자산 시장에 힘을 불어넣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림픽 기간 중 2300선까지 내려앉았다.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거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정부의 대출규제는 기업들에도 직격탄을 날려 상반기에만 6만7000여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증시부양책으로는 △증권사에 대한 융자 확대 △대주 허용 △주가지수 선물시장 개설 △증시 공급물량 축소 등이 거론된다. 기업들에 대한 대출 한도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삼성경제연구소 박승호 소장은 "중국 정부가 경제 전반에 충격과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심스럽게 부양책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급제동 걸린 위안화 강세

중국 지도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성장 유지와 물가 억제'로 바꾼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위안화 가치는 0.0221위안 떨어진 달러당 6.8410위안으로 마감했다. 2005년 7월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하루 기준으로는 최대 낙폭이다. 이후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29일부터 10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약세를 보였다.

중국 당국이 올림픽 이후 경착륙 방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수출 기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위안화 절상은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가 8월 초 이후 13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향후 6개월 내 절상폭은 평균 2.5%로 예상됐다. 지난해 6.5%,올 상반기 6.1%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모건스탠리의 왕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가치가 장기적으로 오르는 추세는 바뀌지 않겠지만 수출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절상 속도는 당분간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국제금융공사 하지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줄고 있는 데다 미국도 위안화 절상에 따른 중국산 수입상품 가격 인상으로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할 것"이라며 위안화 가치가 연말에 달러당 6.71위안 선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은 지난 22일 달러당 6.8357위안이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