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1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의 일조시간이 기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1시간 줄었다면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일조권 침해를 둘러싼 손해배상액을 놓고 법원 간 서로 다른 계산법을 적용,혼란이 컸는데 서울중앙지법이 일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 공식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향후 재판에서도 이 같은 판단 기준을 계속 적용키로 해 상급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임채웅)는 24일 김모씨 등 서울 종로구의 연립주택 거주자 21명이 인근에 아파트를 지은 H건설사 등을 상대로 낸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여러 법원 간 엇갈렸던 일조권 침해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일조권 침해를 용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수인한도)을 동짓날 기준 4시간으로 봤다. 동짓날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8시간의 일조시간 중 일조량이 통틀어 4시간 미만으로 줄어든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즉 일조량이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었다면 일조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4시간'이란 기준에 대해 "일조시간이 주거용 건물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한 쪽의 일조권만 강조하다 보면 인근 토지 보유자들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일조 방해로 인한 건물의 가치하락률을 아파트 감정가의 8%로 잡았다. 즉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일조 침해를 전혀 받지 않는 아파트 값과 일조 침해를 100% 받는 아파트 가격을 비교했을 때 이 피해로 인한 가격 하락이 8% 정도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법원의 현장 검증과 감정인의 감정 결과,판례 등을 종합해 보면 8%가 객관적인 수치"라며 "앞으로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에 제시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손해배상 산정 공식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는 '피해 건물의 감정가×가치하락률×0.5×〔(240-남은 일조량)/240〕'이라는 식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1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의 일조시간이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면 '10억×0.08×0.5×(60/240)'이라는 식이 만들어져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서 피해 건물의 기준가는 일조권 피해가 없을 때의 감정가이며 가격하락률에 0.5를 곱하는 이유는 4시간 초과 일조권 침해만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공식에 따라 21명 중 10명에 대해 건설사가 320만~733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