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촛불시위 주도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부 8명이 농성 중인 서울 종로구의 조계사.지난 19일로 농성 46일째를 맞은 대책회의 지도부는 2개 천막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등 경찰에 쫓기고 있는 수배자라는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가로워 보였다.

"언제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광우병대책회의 조직팀장 김동규씨는 "전면 쇠고기 재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계속할 것"이라며 "함께 시위를 했던 국민들의 시선이 이곳에 집중돼 있어 책임감이 큰 만큼 쉽게 농성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수배 중인 '안티이명박' 카페 운영자 백은종씨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이명박 정권의 퇴진이기에 쉽게 결론날 것이라곤 생각 안 한다"며 "당분간은 조계사에서 촛불을 지킬 것"이라고 '결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이들의 열의와 달리 초기 순수했던 촛불집회가 불법 시위로 변질되면서 이들 수배자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하고 있다. 한동안 줄을 잇던 지지자들의 방문도 뜸해졌고 일방적으로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글 일색이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이젠 촛불을 그만두라"는 의견이 늘고 있다. 조계사를 드나드는 상당수 신도들도 내심 하루 빨리 대책회의 천막이 걷혀 조계사가 '구도의 도량'인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고 있다.

사실상 촛불시위를 촉발했던 MBC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과장 왜곡됐다고 사과방송을 한 마당에 농성자들의 '투쟁 명분'도 퇴색되고 있어 이들의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이 떠난 촛불시위 현장에는 민노총 간부나 대학 총학생회 간부 등 전문 시위꾼들로 채워지고 있다. 투쟁 명분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사그라진 지금 사법권을 피해 절에서 인터넷이나 뒤지며 '촛불 재점화'를 꿈꾸는 대책회의 간부들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종교라는 '치외법권'에 기대어 '불법 투쟁'을 일삼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법의 판단을 받으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