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놓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사이에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발단은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 여부가 결정되는 25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국민은행 주식 83만주를 보유한 신한지주가 반대 입장을 표시하면서 비롯됐다. 국민은행 주식을 보유한 22개 기관투자가 중 반대 의사를 밝힌 곳은 5곳에 불과했는데,여기에 신한BNP파리바와 SH자산운용 등 신한계열 2곳이 포함된 것.

이 사실이 알려지자 KB 측은 당장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지분율 1% 미만의 주식을 갖고 있는 신한지주 계열사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지주사 전환이라는 대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내심 신한이 국내 1위 은행인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위협을 느껴 견제하려는 내심을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한 것.

KB 고위 관계자는 "신한 스스로는 지주사 체제를 통해 은행과 증권,보험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회사의 위상을 갖췄다고 자화자찬하면서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것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려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한은 논란이 벌어지자 "오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담당 실무자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일 뿐 지주사 차원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계열사들이 KB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는 것.국민은행 측이 기관투자가들에 지주사 전환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면서 정작 신한 등 지분이 적은 일부 기관투자가들에는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관행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한 측 고위 관계자도 황영기 KB지주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전후 사정을 설명한 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며 유감을 표시,양측 간의 오해가 풀렸다.

신한 관계자는 "신한이 황 회장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지주사 전환을 반대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신한은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할 이유나 의사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