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한국의 전력산업 발전 경험을 전수해주겠습니다. "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20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국영 전력회사 에스콤(Eskom) 이사회에 참석,사외이사직을 수락한 뒤 "한국전력의 성공모델을 전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스콤은 지난달 초 임기가 끝난 외국인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이 회장을 내정했다.

이 회장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일할 때 남아공에 원자력 정책과 전력구조 개편 등에 관해 조언한 게 인연이 됐다"며 "일정과 공간적 제약 탓에 당초 경영자문에만 응하려고 했으나 에스콤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에스콤 사외이사직을 맡기까지에는 이 회장을 추천한 산업자원부 출신 김균섭 남아공 전 대사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남아공 현지에서 한국의 원자력 정책과 전력구조 개편을 주도해 온 경험을 들려주는 등 에스콤의 진로를 놓고 경영진 및 이사들과 토론을 벌였다. 에스콤은 전력수급 계획에 실패하면서 아프리카 최대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남아공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최근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종전 A1에서 Baa2로 무려 4단계 낮췄다. 재원조달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투자계획만을 늘어놔 경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국제유가의 변동을 반영해 전기요금의 적정 인상폭을 새로 산정하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도 세계은행(IBRD)이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남아공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에스콤을 미국 뉴욕증시 등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아공은 우리나라와 인구도 비슷하고 원자력 발전소도 2기 운영하는 등 유사점이 많은 반면,송전과정에서 전력손실이 많아 전력생산량이 한국의 60% 수준인 4만㎿에 그치고 있다"며 "에스콤이 한국전력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마로가 사장이 올해 한국을 방문키로 했다"며 "적극적인 '초청 외교'로 한국 전력산업의 우수성을 소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극심한 전력난으로 일부 광산의 조업이 중단되기도 한 남아공의 전력상황은 신규 발전소가 가동되는 2012년 이후에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