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정보가 발표한 상반기 실적을 봐도 그렇고 증권선물거래소가 내놓은 2분기 실적도 그러하다. 유가증권시장 업체든 코스닥시장 업체든 다를 게 없다.

상반기 실적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순조로운 성장세를 이어갔음에도 순이익 증가율은 큰 폭으로 후퇴했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경우 1000원어치를 팔아 59원의 순이익을 남기는 데 그쳐 금리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코스닥 기업 실적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는 환차손(換差損)과 금융파생상품 '키코'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마디로 고생은 실컷 하고도 실속은 전혀 챙기지 못했으니 속빈 강정에 다름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 또한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높은 수준인 까닭에 원가 압력이 보통 큰 게 아니다. 게다가 내수 부진은 장기화되고 있고 세계경제는 갈수록 더 둔화되는 추세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 파장이 이어지면서 금융위기 재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고,EU와 일본은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 역시 내리막길을 치달으면서 올림픽 이후 경기에 대해 걱정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기업들로선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이다.

그렇지만 환경 탓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유례없는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허리띠를 조이며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비용절감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 행동으로 옮겨나가야 한다.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합리적 수단을 통해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도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난 8ㆍ15사면에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된 점이 시사하듯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경기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선 규제완화를 최대한 앞당기는 등 기업인들의 의욕 고취를 위한 배려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