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전통있는 공연예술을 볼 수 있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다음 달 개막된다.

국립극장은 9월5일~10월30일 한국과 노르웨이,프랑스,러시아,중국,태국,독일,몰도바 등 8개국의 무용,연극 작품 18편을 선보인다. 지난해 처음 열린 페스티벌의 주제가 '고대 연극의 원류'였다면 올해는 '19세기 근대 연극과 작가'를 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 중 4작품은 국립무용단,국립극단 등 국립극장 4개 단체의 공연으로 채워진다.

올해 해외초청 공연의 면모는 화려하다. 1990년 이후 18년 만에 한국을 찾는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은 체호프의 작품 '세자매'(9월25~27일)를 무대에 올린다. 말리극장은 영극의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프랑스의 코페디아 프랑세스와 함께 세계 3대 극단으로 알려진 실력파 공연단체.'세자매'는 이들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로 제정러시아 상류층의 몰락을 그린 것이다. 어떤 미화도 비난도 가미하지 않은 작품으로 말리극장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러시아의 국민배우이자 연출가인 유리 솔로민이 연출을 맡았다.

노르웨이의 자연친화적인 야외공연예술제 페르귄트 페스티벌은 입센의 '페르귄트'(10월24~26일)를 선보인다. '페르귄트'는 노르웨이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긴 모험의 여정에서 현대인의 황폐함과 허망함을 보여준다. 원래 야외 무대에서 공연되는 작품이지만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실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프랑스 오데옹 국립극장이 올리는 '소녀,악마 그리고 풍차'와 '생명수'에서는 프랑스 특유의 익살을 엿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오데옹 국립극장장이자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올리비에 피가 그림형제의 동명 동화를 각색해서 만든 것이다. 장난기 가득한 노래와 날카로운 풍자가 어우러져 각국 순회 공연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중국 국가화극원의 '패왕가행'(9월11~13일)과 중국 국립발레단의 '홍등'(10월29~30일)은 모두 영화를 연상케한다. 실제 '홍등'은 동명 영화를 감독한 장이머우가 발레에서도 연출을 맡았다. 중국의 전통 경극 음악에 서양의 클래식 발레가 접목돼 이색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패왕가행'은 영화 '패왕별희'에 나왔던 항우와 우희의 비극을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거친 항우는 온정을 가진 시인의 모습으로,애첩에 불과했던 우희는 현실을 직시한 통찰력있는 여인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올해부터 추가된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공모전에서 뽑힌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아름다운 살인자!보이첵'(9월6~13일),국악 현악 앙상블의 '10월 초콜렛'(10월14일) 등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연을 볼 수 있다. 입센과 체호프 작품이 공연되는 것을 감안해 '한국 연극과 체호프'(10월27일),'입센,한국 연극을 만나다'(10월26일) 등 학술 행사도 열린다.

국내 단체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네 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9월5~6일),국립 무용단의 '춤,춘향'(9월17~20일),국립창극단의 '청'(10월17~18일)이 지난해에 이어 업그레이된 모습으로 선보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