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통신업계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본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IPTV 활성화 대책이나 통신산업 규제완화 등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방송만 있고 통신은 아예 사라졌다는 지적들마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이것은 조직 개편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방통위가 하루속히 제자리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케이블업계와의 간담회에 이어 통신사업자들과도 공식간담회를 갖는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상충(相衝)된 얘기만 듣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야 할 방향이 정해졌으면 분명한 리더십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방송과 통신, 나아가 미디어 전체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융합 흐름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 이에 장애물이 되는 법적, 제도적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특히 방통위가 출범하기 전 정통부와 방송위가 나뉘어져 있었을 때 IPTV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방송과 통신업계간 극심한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고 지금은 IPTV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사실 IPTV를 하기로 했다지만 지상파 TV 콘텐츠의 동시 재전송없이 IPTV가 제대로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IPTV 관련법만 놓고 보면 지상파 TV가 콘텐츠 동시 재전송을 거부한다고 해도 별 도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갈등이 계속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고 기대했던 방송과 통신의 융합도 물건너 갈 공산이 크다.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도 마찬가지다. 새 정권이 출범하기 전 가격규제 등 소매규제를 하는 대신 통신망이 없더라도 이통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도매규제 쪽으로 옮겨가겠다고 했다.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요금이 인하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복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것 말고도 이러저런 정치적, 인위적 각종 규제나 간섭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방통위가 이런 문제를 직시(直視)하고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개편은 왜 했는지 근본적인 의심을 사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