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로 그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해운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 시장도 제품가격 하락,마진 축소,재고 증가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주력 수출품 가격 급락

반도체 전자 등 주력 수출품이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는 작년부터 하락세를 걸어 온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들어서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정보기술(IT) 및 전자제품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2분기를 기점으로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당초 기대도 빗나갔다. D램 시장 주력 제품인 512Mb DDR2 현물 가격은 6월 1.04달러에서 7월 0.96달러로 떨어진 데 이어 이달에도 0.84달러까지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6월16일 2.45달러였던 8Gb 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7월16일 2.34달러에 이어 이달 16일 현재 1.91달러까지 떨어졌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가격이 회복되기 힘들다는 우려가 크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로 해운 운임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상운임의 잣대가 되는 '벌크선 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는 지난달 중순까지 9000을 웃돌다가 최근 7000대로 떨어졌다. 한 달 새 20% 가까이 폭락했고 사상 최고치(11,793)를 기록했던 5월 중순에 비해서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재고는 늘고,생산 줄이고

자동차 수출량은 올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현대차 등 5개사의 7월 수출량은 작년 동기보다 6.6% 줄어든 18만9956대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수출량은 북미에서 4%,서유럽에서 33.3% 감소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최근 올해와 내년의 미국 자동차시장 판매 전망치를 당초 각각 1470만대에서 1440만대와 142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JD파워는 올해 서유럽 판매가 작년보다 4% 적은 1421만대 규모로 줄고,2009년에는 1402만대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대형 세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줄면서 현대차 등도 해외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고유가 및 경기 침체에 따라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싼타페 생산량을 4만대 줄이기로 했다.

해상운임이 떨어지면서 선박에 대한 수요 역시 줄어들어 조선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 계약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는 것도 그 영향이다.

◆채산성도 급속 악화

지난 2분기 수출을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수출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국제 원유가격(두바이유 기준)과 휘발유 제품 간 가격 차이가 1달러 안팎 수준으로까지 줄어들어 수출 채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져서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에 따라 휘발유 수출 물량을 다소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이익은 적지만 국제 가격 하락폭이 작은 벙커C유의 수출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재형/안재석/장창민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