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정부는 성장을, 통화당국은 물가 안정을 주장하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죠.이를 계기로 통화당국을 대표하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6회 대학(원)생 경제논문 공모전'에서 '정책 시그널이 기대심리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대상을 받은 부산대 경영학과 고태우씨(25)와 통계학과 유상진씨(25)는 "지도교수님(임정덕 경제학과 교수)의 아이디어로 이 주제를 선택했다"며 응모 동기를 밝혔다.

두 사람은 이 논문에서 금융정책 당국자의 시그널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줄여 시장 안정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채권시장에선 단기금리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며 불안정해진다는 추론을 제시했다. 또 주식ㆍ채권시장의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기대심리 변화를 그래프로 시각화하기도 했다.

고씨는 이번 논문 공모전에 대비해 1년 전부터 친구들과 함께 한국경제신문을 정독하면서 준비 작업을 했다. 그러나 계량분석 방법 등 눈앞에 '허들'이 나타나면서 친구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연구활동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고씨는 계량경제학과 금융데이타분석 등의 수업을 들으며 꼬였던 실타래를 풀어 나갔다. 여기에 통계에 밝은 유상진씨가 합류하면서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논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획재정부나 증권업협회 등에 데이터를 요청했고,참고 논문에 대한 이해가 안 갈 때면 저자들을 직접 찾아 궁금증을 풀기도 했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실물경제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웠지만,세상은 혼자 살아 갈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은 교수의 지도 없이 홀로서기를 하다 보니 그만큼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논문 제출을 눈앞에 두고 기말고사가 겹쳤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취업하려면 학점도 잘 받아야 하고 논문상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밤샘하는 날이 많았어요." 두 사람은 논문을 제출하는 순간까지 정성을 모았다. 부산에 사는 두 사람은 논문을 우편으로 부치지 않고 서울로 올라와 인쇄소에서 제본 직전까지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고태우씨는 "앞으로 한국은행 총재가 되는 게 꿈"이라며 "먼저 한국은행에 입행해 뭐든지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상진씨는 "유학을 다녀온 후 기업에서 경영을 배우고 싶다"며 "뛰어난 CEO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금 700만원을 받은 두 사람은 "먼저 논문 작성 과정에서 도움을 준 분들에게 답례한 후 나머지는 공부하는 데 투자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최규술/사진=김영우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