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2008 베이징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는 결승 마지막 순간 금메달을 의식했던 것이 막판 역전을 허용한 원인이 됐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박경모는 15일 경기 후 베이징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결승전에서 세발을 남기고 1점을 이기고 있을 때 24년만에 남자 개인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며 "그 생각을 한 것 때문에 은메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사실 여기까지 못 올라올 줄 알았다"며 준우승에 만족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극한 효심으로도 유명한 박경모는 2개월여 전 돌아가신 부친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을 때 `네가 세계대회나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다 우승해봤으니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꼭 따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했다"며 "이번 대회에 와서도 아버지 생각을 하루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단체전 금메달을 땄을 때 마지막 발을 쏠 때도 `아버지가 하늘에서 도와주시겠지'하고 쐈고, 오늘 슛오프(연장전) 때 힘이 났던 것도 아버지가 지켜보며 힘을 주실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며 "약속을 못지켜 드려서 너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장영술 감독도 "지금 경모가 끼고 있는 반지는 아버지께서 끼던 것"이라면서 "경모가 아버님 산소에 금메달을 바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는데 좀 더 신경써 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박경모는 또 베이징에 오기 직전 국내에서 마지막 연습을 할때 자신과 임동현이 쓰던 활의 날개가 부러지는 통에 손에 익지 않은 새 장비로 대회에 임한 사실을 소개한 뒤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베이징 와서 차분히 준비해서 단체전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결승 직후 은퇴를 언급한 데 대해 "런던올림픽때는 내 나이가 서른여덟이 되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한 말"이라며 선수생활을 당장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모는 이어 "1년을 더하게 될지 2년을 더할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지도자의 길 등을 생각할 때가 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