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지난 3월 다른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서는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대법원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내다버린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작년 4월20일 대전 유성구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이틀 뒤 내다버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씨는 그날 오후 1시10분께 아파트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에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뒤 행방불명됐고 CCTV에는 22일 새벽 A씨가 집에서 쓰레기 봉투 5개를 들고나와 승용차에 싣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도 찍혔다.

경찰은 수사 결과 시신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A씨 집 곳곳에서는 B씨의 혈흔이, 욕조 배관에서는 사람의 피부조직과 뼛조각 등이 발견되고 4월21∼26일 6일간 사용한 수돗물이 무려 5t인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살인범으로 지목했다.

A씨는 "아내가 가출했다"고 주장하면서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사건이 있기 한 달 전 B씨가 남편의 의처증과 가정폭력 등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ㆍ2심 재판부는 "시신이 없어 A씨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직접증거는 없지만 B씨 혈흔이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고 욕실에서 사람의 뼈가 나온 점 등을 종합하면 B씨가 숨졌음을 인정할 수 있다.

A씨가 쓰레기 봉투를 갖고 나와 어딘가로 간 점 등에 비춰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범행시간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함께 적힌 다른 사항들에 의해 특정할 수 있다"며 "여러 간접 사실들을 종합했을 때 살인과 사체유기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3월 또 다른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정황상 피해자가 숨진 상태라는 점은 대체로 수긍할 수 있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 또는 공범의 행위로 피해자가 숨졌다고 인정할 정도의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