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일궈낸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는 세계 주요 4개 투어 회원 자격을 퀄리파잉스쿨 없이 따내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내년 LPGA 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은 신지애는 브리티시여자오픈을 LPGA 투어와 함께 공동 대회로 삼고 있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회원 자격도 받았다.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출전권을 갖고 있는 신지애는 지난 3월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전경기 출전권을 확보해 사실상 세계 모든 여자대회를 내키는대로 참가할 수 있다.

특히 신지애는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4개 투어에서 한 번도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투어 카드를 따내 '지존답다'는 찬사까지 받게 됐다.

아마추어 신분이던 지난 2005년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프로테스트 면제 혜택을 봤던 신지애는 일본투어 회원증도 지난 3월 일본여자골프 PRGR레이디스컵 우승을 통해 받았다.

LPGA 투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던 신지애는 미국 역시 무혈입성을 노렸다.

"한국 상금왕이 퀄리파잉스쿨을 응시한다는 것은 좀 그렇다"며 은근히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틈틈이 출전한 LPGA 투어 대회에서 얼마든지 우승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미국에서 뛰겠다'고 공언했던 신지애는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는 투어 카드를 따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LPGA 투어 개막전 SBS오픈에서 7위를 차지한 데 이어 HSBC챔피언스에서도 7위에 올랐지만 이후 두차례 메이저대회와 에비앙마스터스에서 '톱 10' 진입에 실패했다.

비회원이라도 연간 상금 총액이 90위 이내에 해당하면 이듬해 투어 카드를 주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미국 영토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받은 상금만 인정하기 때문에 신지애에게 활용도가 낮았다.

결국 우승 말고는 방법이 없었기에 신지애는 하반기에는 LPGA 투어 대회 출전을 좀 더 늘리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었던 차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제패로 근심을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었다.

신지애는 "내년에 일본 대회에서 주로 출전하려고 했는데 이제 방향을 바꿔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회원이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신지애가 13번째이며 한국 선수로는 다섯번째이다.

한국 선수로는 일본에서 뛰던 고우순(44)이 1994년 토레이재팬퀸스컵에서 우승한 것이 처음이었으나 고우순은 LPGA 투어 카드를 마다하고 일본 무대에 남았다.

이후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안시현(24), 이지영(23.하이마트), 홍진주(24.SK에너지) 등 이 우승해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