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도전의 순간들] (1) 수출 넘어 R&D·디자인도 글로벌 점령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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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20일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공장 준공식.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의 얼굴에는 감격스러움과 비장함이 함께 묻어났다. 정 회장에게 이날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자동차산업의 본고장이자 글로벌 최고 격전장인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짓고 'made in USA' 마크를 단 현대차를 생산,곧바로 현지 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것은 그야말로 '승부수'였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변변한 기술 하나 없어 미군이 쓰다 버린 '찝차'를 개조해 승용차로 만들었던 한국의 기업이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서 본격 나래를 펴는 순간이기도 했다.
◆'부르몽의 악몽' 딛고 글로벌 중심기지로
현대차로서는 1989년 3억달러를 투자,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가 품질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4년 뒤 가동을 중단했고,1996년 5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은 채 철수해야 했던 쓰린 기억이 있던 터였다. 이른바 '부르몽의 악몽'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영원히 '변방의 자동차 메이커'로 머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 도요타가 미국에서 일군 성공신화를 기필코 재현해 글로벌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그의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거점이 될 앨라배마공장을 보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 회장은 준공식에서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더 이상 변방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기도 했다.
쏘나타와 싼타페를 만드는 앨라배마공장은 첫 해 9만1000여대를 시작으로 2006년 23만6000여대,지난해 25만여대로 생산 규모를 늘리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럭셔리 카 '제네시스'를 올 여름 미국에 내놓으며 고급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2007년 생산 및 판매 기준으로 도요타 GM 포드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5위까지 올라섰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이 탄력을 받으면서 자동차 품질 수준이 크게 좋아진 데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터키 슬로바키아 등 글로벌 시장 곳곳에 포진한 생산거점들이 빠르게 제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러시아공장(현대차),미국 조지아공장(기아차) 등이 완공되는 2012년에는 해외 생산 능력(330만대)이 국내 생산 능력(300만대)을 앞지르면서 글로벌 '빅 3'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한국의 국가 위상 바꾼 기업들의 글로벌 행보
건국 60년을 맞은 한국의 달라진 위상은 세계시장에 우뚝선 한국 기업의 위상과 궤를 같이한다. 글로벌 한국의 밑바탕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기업들의 힘이 깔려 있다.
제품 생산과 판매 모두에서 한국 기업들의 시선은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광대한 5대양 6대주로 뻗어나가고 있다.
글로벌 경영이 가속화하면서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등 대다수 기업에 '현지 생산→현지 판매'가 일상화됐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R&D(연구개발) 및 디자인 센터 건립도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지난해 207억달러를 넘어서 1990년(11억달러)보다 무려 18배 넘게 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인도 헝가리 브라질 멕시코 등에 걸쳐 전 세계에 생산시설(21개)과 R&D센터(13개),판매법인(41개)을 포함해 모두 75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법인에서 고용하는 현지 인력만 5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000억달러를 넘어선 전체 매출의 80%(수출 포함)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
LG그룹도 글로벌 경영회의를 구본무 회장이 직접 주재할 만큼 글로벌 경영이 뿌리를 내렸다. 주력 기업인 LG전자는 미국 중국에서 아프리카 오지까지 110여개의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만 1988년 멕시코 멕시칼리에 세운 가전공장을 비롯해 영국 브라질 폴란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러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60여개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현지 직원도 8만2000명을 웃돈다. 이처럼 광범위한 해외 생산망은 세탁기 등 가전사업에서 LG전자가 글로벌 1위를 향해 순항하는 토대가 됐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대한민국 건국 초기,변변한 기술 하나 없어 미군이 쓰다 버린 '찝차'를 개조해 승용차로 만들었던 한국의 기업이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서 본격 나래를 펴는 순간이기도 했다.
◆'부르몽의 악몽' 딛고 글로벌 중심기지로
현대차로서는 1989년 3억달러를 투자,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가 품질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4년 뒤 가동을 중단했고,1996년 5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은 채 철수해야 했던 쓰린 기억이 있던 터였다. 이른바 '부르몽의 악몽'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영원히 '변방의 자동차 메이커'로 머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 도요타가 미국에서 일군 성공신화를 기필코 재현해 글로벌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그의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거점이 될 앨라배마공장을 보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 회장은 준공식에서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더 이상 변방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기도 했다.
쏘나타와 싼타페를 만드는 앨라배마공장은 첫 해 9만1000여대를 시작으로 2006년 23만6000여대,지난해 25만여대로 생산 규모를 늘리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럭셔리 카 '제네시스'를 올 여름 미국에 내놓으며 고급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2007년 생산 및 판매 기준으로 도요타 GM 포드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5위까지 올라섰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이 탄력을 받으면서 자동차 품질 수준이 크게 좋아진 데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터키 슬로바키아 등 글로벌 시장 곳곳에 포진한 생산거점들이 빠르게 제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러시아공장(현대차),미국 조지아공장(기아차) 등이 완공되는 2012년에는 해외 생산 능력(330만대)이 국내 생산 능력(300만대)을 앞지르면서 글로벌 '빅 3'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한국의 국가 위상 바꾼 기업들의 글로벌 행보
건국 60년을 맞은 한국의 달라진 위상은 세계시장에 우뚝선 한국 기업의 위상과 궤를 같이한다. 글로벌 한국의 밑바탕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기업들의 힘이 깔려 있다.
제품 생산과 판매 모두에서 한국 기업들의 시선은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광대한 5대양 6대주로 뻗어나가고 있다.
글로벌 경영이 가속화하면서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등 대다수 기업에 '현지 생산→현지 판매'가 일상화됐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R&D(연구개발) 및 디자인 센터 건립도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지난해 207억달러를 넘어서 1990년(11억달러)보다 무려 18배 넘게 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인도 헝가리 브라질 멕시코 등에 걸쳐 전 세계에 생산시설(21개)과 R&D센터(13개),판매법인(41개)을 포함해 모두 75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법인에서 고용하는 현지 인력만 5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000억달러를 넘어선 전체 매출의 80%(수출 포함)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
LG그룹도 글로벌 경영회의를 구본무 회장이 직접 주재할 만큼 글로벌 경영이 뿌리를 내렸다. 주력 기업인 LG전자는 미국 중국에서 아프리카 오지까지 110여개의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만 1988년 멕시코 멕시칼리에 세운 가전공장을 비롯해 영국 브라질 폴란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러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60여개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현지 직원도 8만2000명을 웃돈다. 이처럼 광범위한 해외 생산망은 세탁기 등 가전사업에서 LG전자가 글로벌 1위를 향해 순항하는 토대가 됐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