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0만 시대… 외국인들 "서울살이 너무 고달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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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 등 바가지 요금도 극성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앞둔 지금 서울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삶은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관광 및 생활 인프라들이 매우 미흡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을 한 외국인 수는 올 5월 현재 89만1341명으로 지난해보다 23.2% 증가했다. 이 중 서울에 등록된 외국인만 25만명으로 서울 인구의 2%에 달한다.
한국생활 3년째인 유학생 제이크씨(27·남)는 "인터넷사이트에 가입할 때 약관이 한국어로만 돼 있어 까다롭다"며 "중소업체 중에는 외국인들이 가입조차 안 되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글로벌센터 관계자는 "사이트 가입이나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정보통신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 간 정보교류가 돼야 하는데 시스템 구축이 아직 안돼 있어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화된 비자 규정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태원의 한 외국인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브라씨(41·남)는 "비자 연장을 위해 학위증과 성적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해 미국에 다녀왔다"며 "에이즈 검사까지도 요구하며 건강 증명서를 내라는 것은 너무 과도한 것 같다"고 불평했다. 최근 외국인 영어교사의 자격 미달 또는 아동 성추행범 문제 때문에 규정을 강화한 것은 이해하지만 모든 외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인 것이다.
바가지요금도 문제다.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인 사가와 준코씨는 "외국인들로 보이면 재래시장에서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다"면서 "집세를 월세로 내는 경우 1년치를 선불로 내라고 하거나 신용카드 발급시 예금을 담보로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CGV나 메가박스와 같은 대형 영화관의 경우에도 외국 신용카드로는 인터넷 예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깔세(1년치 선불 월세)' 부분은 한번 논의가 돼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며 "나머지 문제들은 서울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특별히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자 완화나 신용카드 등의 문제는 시에서 지속적으로 건의를 해 많이 나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환경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업 목적으로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는 영국인 스콧씨는 "서울을 찾은 비즈니스맨들이 묵을 수 있는 곳은 호텔 혹은 모텔밖에 없다"며 "호텔은 너무 비싸고 모텔은 가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맨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형 숙소를 좀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하경환/정원하/양승석/장미향 인턴기자(한국외국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