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등 수조원대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은행들의 M&A 대출을 억제하기로 한 데 이어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백옵션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법원이 최근 차입 매수(LBO)에 대해 '업무상 배임' 판결을 내린 것도 M&A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계기로 최근 기업들이 풋백옵션을 통해 M&A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풋백옵션을 남발하면 시장 상황이 악화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풋백옵션을 너무 못 쓰게 하면 창의적인 M&A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규제할 수는 없으나 과도한 풋백옵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법원이 최근 기업들이 은행 대출이나 차입을 통해 M&A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M&A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5월 "최근 발생하는 모든 금융사고의 원인은 금융 차입(레버리지)에 있다"며 "헤지펀드가 아닌 일반 기업들의 M&A 거래를 위한 자금 차입이 과도한 수준이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2일 하반기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과도한 M&A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법원도 건설업계 51위인 ㈜신한 인수 과정에서 인수자가 회사의 자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기업들의 지나친 공기업 인수경쟁에 대한 우려도 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재벌들이 무분별하게 확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들의 M&A 자금에 적지 않은 제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내부 자금으로만 M&A에 나설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M&A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 용어 풀이 >

○풋백옵션=일정한 실물 또는 금융자산을 본래 매각자에게 되팔 수 있는 권리로 일종의 손실보전 계약.본 계약 이후 일정 기간 추가 부실이 발생하거나 자산가치가 하락했을 때를 대비해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