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공급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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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잠실시(市)'.행정구역상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신천동에 걸쳐 있는 잠실 주공 1∼4단지와 잠실시영아파트의 재건축단지는 가히 시라고 붙일 만하다. 5개 단지를 합쳐 2만4470가구가 들어선다. 재건축 전보다 3229가구(15.2%)가 늘어난 규모다. 한 가구에 평균 4명이 산다고 할 경우 10만명에 육박한다. 정부에서 시(市)승격 요건으로 삼는 인구 5만명의 2배나 된다.
10만명의 대이동은 부동산시장,상권,금융권,학원가 등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에선 잠실 재건축 아파트가 송파구 등 강남권의 집값 하락을 주도하며 '공급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재작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잠실시'는 다음 달부터 올 하반기에만 1만8105가구(전체 2만4470가구의 73.9%)가 새 아파트에 들어온다.
이들은 3년여 전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갔던 사람들이다. 2005년 봄은 2006년 '버블세븐'이란 말이 나오기 직전으로 송파와 강남 집값이 치솟던 시절이다. 그래서 이주용 전세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전세를 들어가는 대신에 돈을 보태 아파트를 한 채씩 더 샀다.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2005년 8·31대책에 포함)도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재테크의 찬스였다.
자다가도 웃던 이들이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재건축 아파트가 준공된 후 1년 안에 살던 집을 팔아야 양도세 중과규정에 걸리지 않는데 집이 안 팔려서다.
주변의 공인중개사들은 "1가구2주택자들이 보유물량을 대거 내놓으면서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매수자가 없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잠실재건축단지의 2배 규모(4만6000가구)인 송파신도시 분양물량이 2010년께 쏟아지면 '공급의 홍수'가 날지 모른다.
잠실발(發) 집값 하락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집값 결정의 최대 변수는 수급이라는 것이다. 주택가격을 점칠 때는 주택보급률과 소유율,금리,소득증감,거래량 추이,공급계획물량 등을 동원하지만 따지고 보면 수요와 공급에 대한 내용이다.
서울 전체로 보면 올해는 작년보다 44%가 늘어난 5만4000가구가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 공급 증가는 집값 거품붕괴의 예고편일 수 있다.
반면 수요는 DTI(소득대비 상환능력 비율)와 LTV(주택담보 인정비율) 같은 대출규제에다 금리상승으로 묶여 있다. 뉴타운 후보지역 같은 개발예정지 말고는 빚을 얻어 내집을 장만하던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러다보니 서울 강남권 4개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의 평균 집값은 올 들어 최근까지 1.66% 떨어졌다.
강남권 집값 하락이 공급의 힘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분당과 용인의 집주인들은 내년부터 2만9100가구가 본격 입주할 판교에서도 같은 이유로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선 부동산버블이 꺼지면서 매수ㆍ도 타이밍을 잘못 잡은 개인들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우리나라에서도 2,3년 전 강남과 용인 등 '버블세븐'지역에서 집을 샀던 사람들.
어떤 선택을 내릴까?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
10만명의 대이동은 부동산시장,상권,금융권,학원가 등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에선 잠실 재건축 아파트가 송파구 등 강남권의 집값 하락을 주도하며 '공급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재작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잠실시'는 다음 달부터 올 하반기에만 1만8105가구(전체 2만4470가구의 73.9%)가 새 아파트에 들어온다.
이들은 3년여 전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갔던 사람들이다. 2005년 봄은 2006년 '버블세븐'이란 말이 나오기 직전으로 송파와 강남 집값이 치솟던 시절이다. 그래서 이주용 전세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전세를 들어가는 대신에 돈을 보태 아파트를 한 채씩 더 샀다.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2005년 8·31대책에 포함)도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재테크의 찬스였다.
자다가도 웃던 이들이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재건축 아파트가 준공된 후 1년 안에 살던 집을 팔아야 양도세 중과규정에 걸리지 않는데 집이 안 팔려서다.
주변의 공인중개사들은 "1가구2주택자들이 보유물량을 대거 내놓으면서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매수자가 없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잠실재건축단지의 2배 규모(4만6000가구)인 송파신도시 분양물량이 2010년께 쏟아지면 '공급의 홍수'가 날지 모른다.
잠실발(發) 집값 하락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집값 결정의 최대 변수는 수급이라는 것이다. 주택가격을 점칠 때는 주택보급률과 소유율,금리,소득증감,거래량 추이,공급계획물량 등을 동원하지만 따지고 보면 수요와 공급에 대한 내용이다.
서울 전체로 보면 올해는 작년보다 44%가 늘어난 5만4000가구가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 공급 증가는 집값 거품붕괴의 예고편일 수 있다.
반면 수요는 DTI(소득대비 상환능력 비율)와 LTV(주택담보 인정비율) 같은 대출규제에다 금리상승으로 묶여 있다. 뉴타운 후보지역 같은 개발예정지 말고는 빚을 얻어 내집을 장만하던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러다보니 서울 강남권 4개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의 평균 집값은 올 들어 최근까지 1.66% 떨어졌다.
강남권 집값 하락이 공급의 힘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분당과 용인의 집주인들은 내년부터 2만9100가구가 본격 입주할 판교에서도 같은 이유로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선 부동산버블이 꺼지면서 매수ㆍ도 타이밍을 잘못 잡은 개인들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우리나라에서도 2,3년 전 강남과 용인 등 '버블세븐'지역에서 집을 샀던 사람들.
어떤 선택을 내릴까?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