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조단 조사결과 펜스서 200m지점… 300m지점' 北주장과 배치

"사망시간 오전 5시16분 이전".."우발성 여부 판단 불가"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의 사망 지점이 북측의 최근 설명과 약 100m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돼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 정부합동조사단(단장 황부기)은 25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중간조사결과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 지난 14일부터 11일간 국내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황 단장은 "고인이 피격된 지점은 금강산 해수욕장 경계선 울타리에서 기생바위 쪽으로 직선거리 약 200m 지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현대아산측이 촬영한 시신수습 사진을 분석하고 사건현장을 촬영한 여러 사진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정밀 분석한 결과로, 북한이 당초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 방북시 통보해온 거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북측은 사건 발생 당일(11일) 해수욕장 경계선 울타리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박씨가 사망했다고 현대아산측에 1차로 밝혔지만 그 후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이 12~15일 방북했을 때는 300m 떨어진 지점이라고 수정했다.

황 단장은 합조단이 추정한 박씨 사망지점에 대해 "시신을 수습할 때 찍었던 사진과 조사단이 확보한 사진 중 사망 현장이 포함된 사진들에 대해 국과수가 정밀 감정, 좌표를 설정해서 뽑아본 결과"라며 "이 부분에 대한 차이는 북측 방문 조사로 규명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합조단은 또 박씨 숙소의 CCTV를 분석한 결과 박씨가 현대아산의 설명 대로 11일 오전 4시18분 호텔방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황 단장은 "7월11일 오전 4시18분 박씨가 금강산 패밀리 비치호텔 방을 나가는 장면을 CCTV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또 CCTV가 12분29초 빠르게 설정돼 있어서 당시 화면에는 (박씨가 나간 시점이)오전 4시31분으로 기록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목격자 진술과 관련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박씨의 피격 사망 시간은 `11일 오전 5시16분 이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씨가 오전 4시50분에 사망했다고 밝힌 뒤 윤 사장 방북 때는 이를 수정, 오전 4시55분에서 5시 사이에 박씨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북측이 주장하는 박씨 사망시간인 오전 4시55분경의 현장 가시거리에 대해 "조사를 안해봤지만 당시 일출시간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환하게 보이는 상황이 아니었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박씨가 북측 군 통제지역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추정할 수 있는 자료 확보에는 실패함에 따라 박씨의 이동거리와 이동시간을 규명하지 못했고, 총성 횟수를 둘러싼 북측과 관광객 증언의 차이, 박씨를 쏜 초병의 숫자 등 핵심 의혹 규명에도 한계를 노출했다.

황 단장은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쐈다는 북측 주장의 진위 논란과 관련, "현장 관광객 중 어떤 분들은 2발, 어떤 분들은 3발을 들었다고 하는 등 숫자가 다르게 나오고 있다"며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이동경로와 피격시간 규명을 위해서는 11일 오전 5시 전후에 사건 방향으로 촬영한 분, 해변가를 산책하다 고인을 목격한 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조사단은 계속 자료를 수집.분석하면서 필요한 모의실험 등을 통해 사건 정황을 보다 정확히 재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단장은 사건의 우발성 여부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가 이뤄져야만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목격자가 없는 가운데 목격자들의 진술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현장조사를 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 모든 의혹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빠른 시일내에 현장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북측 당국의 협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김정은 기자 jhcho@yna.co.kr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