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공기업 등에서는 하반기에도 취업문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직 대기업만이 그나마 취업시장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주요 대기업 취업시장에 대해 살펴본다.

취업ㆍ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중소기업 192개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시장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0.9%가 하반기 채용시장에 대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6.3%에 불과했고,중소기업 5개 중 1개는 하반기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갈 수 있는 중소기업마저 취업문이 크게 좁아진 상황.여기에 최근 몇 년간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던 공기업의 올 상반기 채용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하반기에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예년 수준 유지하는 대기업 채용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그나마 여유있는 곳은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매출액 순위 상위 500대 기업 중 10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08년 하반기 채용동향'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중 77.2%인 102개사가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했다고 답했다.

특히 올 하반기 대졸 신입인력의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43.9%(58개사)였고 33.3%(44개사)는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22.7%(30개사)로 이들 기업의 상당수는 8월 중순 이후 채용계획과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102개사의 채용 규모는 4110명으로 지난해 하반기(4134명) 대비 0.6%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포스코가 9월에 100여명의 대졸 신입인력을 채용한다. 현대제철은 9월 말~10월 초 두 자릿수 규모로 대졸 신입인력 채용을 진행한다. 한진해운은 9월 이후 15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GS칼텍스는 10월께 대졸 신입사원 8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 SK케미칼이 9월께 두 자릿수 규모로 인력을 충원하며 대한항공은 10월께 객실승무직,운항승무직,일반직,기술직 등 전 부문에 걸쳐 신규인력을 모집할 예정이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450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11월 이후 세 자릿수 규모로 신규 인력을 충원하며 현대오토넷은 11월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모집원서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기업 채용의 복병,영어회화 능력

하반기 대기업 취업시장의 특징은 영어 말하기 능력 평가 방식이 보다 다양해졌다는 데 있다. 문답식 영어면접과 영어 토론 및 프레젠테이션,토익 스피킹이나 오픽(OPIc)과 같은 말하기 측정 테스트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잡코리아가 구직자 1014명을 조사한 결과 94.5%가 "취업을 위해 영어면접 준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들 중 36.7%는 취업시 영어면접 준비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반기 입사 면접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36.7%는 실제로 올 상반기 "지원한 기업에서 영어면접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벙어리 영어'를 탈피하기 위한 꾸준한 준비가 요구된다. 토익이나 토플 등 전통적인 영어공부 외에 모의 영어면접 특강이나 전화영어,온라인 영어강좌 등으로 영어에 대한 감을 놓아선 안 된다.

특히 기업의 영어면접에서 가장 어려웠던 내용으로 "생각한 것이 영어로 표현되지 않을 때"라는 응답이 66.0%로 압도적으로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평소에 영어가 입에서 자연스레 나올 수 있게 많은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면접관이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을 할 때나 전문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어서 대답을 하지 못할 때 등이 영어면접의 난관으로 꼽힌 만큼 지원을 준비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