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가업승계는 미래다] (5·끝) "법인세 많이 낸 기업일수록 상속세 더 깎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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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김낙훈 한경비즈니스 편집위원)=중소기업 창업주들이 가업 승계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장지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상당수 기업인들은 과연 자식들에게 기업을 넘겨 또 어려움을 겪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가업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홍석우 중기청장=작년 말 가업 승계에 대한 세제 개편안이 시행됐는데 현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유관희 고려대 교수=학계에서는 상속ㆍ증여세 문제로 가업 승계가 잘 안 된다고 보고 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승계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기술도 축적했고 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는데 넘겨 받겠다고 하는 자식들이 많지 않은 것이 창업 1세대의 고민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가업을 승계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적다. 새로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잘 되는 기업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약 16만개다.
◆사회=가업 승계 과정에서 세금 문제로 폐업한 기업도 있다는데.
△장 부회장=가업 승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세금이다.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문제는 크게 신경쓸 수 없다. 창업세대가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내면서 경영해 왔는데 승계하면서 기업 자산의 50%를 국가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누가 가업을 물려주려고 하겠는가. 기업 문을 닫으라는 얘기 아닌가.
△유 교수=기업의 경영권을 넘기는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뿐만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내야 한다. 기업 자산의 60%가 넘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편법으로 물려주지 않고 제대로 세금 내고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윤 행장=정부도 창업에 대해서는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가업을 승계하면 부의 대물림이라고 여기고 과세하는 등 모순이 크다. 가업을 훌륭히 이어 나가는 것을 제 2의 창업으로 여기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가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란 인식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홍 청장=가업 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몇 십년씩 기업을 경영해온 기업인들이 경영하는 데서 행복을 찾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탄받을 기업도 있을 수 있지만 칭찬받을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장 부회장=부의 대물림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기업을 오래한 사람들이나 세금을 많이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제한도를 늘려 준다든지 하면 일괄적인 세금 정책보다 더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유 교수=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이미 공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가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세금이 매겨지는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의 현재 가치에 세금을 매기고 기업의 승계에는 최소의 세금을 매기면 사회적 인식도 좋아지고 형평성 추구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사회=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선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윤 행장=일반인들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주식이 거래되는 상장기업만 회계감사를 받는데 우리나라는 직전연도 자산이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라면 상장 여부에 관계없이 회계감사를 받게 돼 있다. 외국보다 더 투명한 구조다.
△장 부회장=중소기업중앙회 차원에서 지난 5월 건의한 정부 요구안의 골자는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세제감면 등 특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하자는 것이다. 15년 이상 사업을 해야 하는 피상속인의 요건을 10년으로 낮추거나 현 세금공제한도 30억원을 사업 기간별로 차등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50%인 최고 상속세율을 30% 정도로 낮춰야 한다.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할증 평가를 없애는 것도 시급하다.
△홍 청장=중소기업계의 요구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열심히 여론 수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세제를 개편한 지 겨우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새롭게 개편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세정 당국 쪽의 의견은 세율 대신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추진하려는 듯 보인다.
△장 부회장=세법을 개정한 지 6개월밖에 안됐더라도 국회도 새로 구성됐고 새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재검토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편법을 이용해 승계하는 모럴 해저드가 생길 수도 있다. 기업인들이 국가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유 교수=가업 승계 자격 중 특히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기초 자료로 그동안 법인세를 얼마나 냈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상속세를 내게 해서 오히려 기업의 규모가 줄어든다면 기업이 만들 수 있는 기술과 부가가치를 없애게 된다. 천편일률적 공제보다는 기업의 과거 납세 실적에 따라 혜택을 주는 방향을 생각해봐야 한다.
△윤 행장=중소기업인들이 후계자 교육에 크게 신경을 안쓰는 분위기도 문제다. 승계 컨설팅이나 후계자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차세대 지도자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도 준비해야 한다.
◆사회=독일 일본 등 가업 승계 선진국에서는 세금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유 교수=독일은 10년간에 걸쳐 100%를 감면해주는 방법에서 20%는 내고 80%는 10년간 유예했다가 기업이 영속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전액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미국이나 호주는 2010년께 아예 상속세를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상속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1년 세수(稅收) 중 상속ㆍ증여세의 규모는 2조원이 채 안 된다. 오히려 가업을 성공적으로 승계한 뒤 법인세나 재산세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이보다 더 클 것이다.
△윤 행장=일본은 최대주주의 비상장 주식을 평가할 때 10%의 할인율을 적용하다가 최근 8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입법돼 있는 상태다. 또 경영 후계자를 대상으로 경영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가업 승계에 대한 홍보나 인식개선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사회=기업인이나 정책 혹은 입법 당국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는.
△유 교수=경영학과 학생에게도 반 기업 정서가 있을 정도다. 널리 확산된 반 기업 정서를 완화하기 위해 교과과정에 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측면이 얼마나 큰가를 포함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기업이 정경유착이나 부의 편중 주범이라는 인식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홍 청장=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기업들이 먼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또 국민들에게 중소기업 승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건전한 중소기업이 어떻게 기업을 영위하고 가업 승계가 안 될 경우 어떤 나쁜 영향이 있는지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