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유력물증으로 지목됐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현장 폐쇄회로(CC) TV를 당초 남측에서 시공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일방적으로 설치 조건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이 23일 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CCTV 제작 및 설치공사 계약서' 및 확인서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한 전자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지난 2005년 6월17일 금강산 해수욕장 시설 보안공사의 일환으로 북측 요청에 따라 감시카메라(SOC-4204) 및 저장장치를 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초 계약서에는 이 업체가 CCTV 시스템 핵심장치인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VR) 제작 뿐 아니라, 금강산 해수욕장에 이를 직접 설치하는 작업까지 시행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소가 같은 해 6월21일자로 제출한 확인서에는 "금강산 해수욕장 CCTV 카메라 설치와 관련해 북측으로부터 관련 물품만 인도를 요구, 일부 자재만 현대아산으로 인도하고 설치 공사를 못했기에 이를 확인한다"고 적혀 있어, CCTV 반출 이후 북측의 갑작스런 일방적 조건 변경으로 애초 계약과 달리 설치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공사 역시 "북측 요청에 따라 현대아산 명의로 CCTV를 통관.반출한 후 당초 공급업체에서 이를 설치.시공할 예정이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북측에서 이를 설치.운영하는 조건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 의원 측은 "애초 계약대로 CCTV를 남측에서 시공했다면, 북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로 CCTV가 작동하지 않았는 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고 오작동 가능성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북측 기술 여건을 감안할 때 CCTV 설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