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인플레이션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국제유가가 지난주 나흘 연속 하락함에 따라 상승세가 한 풀 꺾인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주에만 11.2% 떨어지며 배럴당 128.88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낙폭으로는 2004년 12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유가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꺾인 것인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에너지 수요의 거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해 완충장치 없이 고유가 쇼크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특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유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숨돌리고 있을 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데 있다. 유가가 내린 이유는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협상으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줄어든 데다 글로벌 성장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감소 전망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동지역 정세는 단기적인 요인인 반면 세계경제 침체는 상당 기간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만약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된다면 이는 우리에게 또다른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바로 수출감소에 따른 성장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2대 수출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진은 수출시장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 더블딥(경제가 일시적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걱정스럽다.

세계 경기가 더 위축될 경우 그나마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마저 타격을 입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경제의 성장 동력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결코 호재로만 작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유가 움직임과 물가안정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게 아니라 글로벌 경기 흐름을 살피는 데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에너지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의 차질없는 추진과 함께 우리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한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 개편에 더욱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