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증시 침체로 공모가격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밑돌자 기업공개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상장 승인을 받고 절차를 진행 중인 진로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우량업체들마저 일정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1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이달 22~23일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던 사이버다임은 상장을 연기하겠다는 내용의 유가증권 철회신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이로써 올해 기업공개 승인을 받고도 상장을 연기하거나 포기한 곳은 모두 8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당초 13개사가 공모청약을 받을 예정이었던 이달에만 6곳이 일정을 취소했다. 외국인들의 30일 연속 매도 공세로 이날 코스피지수가 15포인트나 떨어져 1509선까지 밀리는 등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C&C 연합과기공고유한공사 흥국 한솔교육 에너지솔루션즈 등 6개사는 일단 상장을 연기하기 위해 예정됐던 청약 일정을 취소했고 약진통상과 드래곤플라이는 아예 상장을 포기했다.

이들은 주가 하락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사전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예상한 공모가가 기대에 크게 못미쳐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예상돼 상장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백경래 사이버다임 이사는 "증시 급락으로 정상적인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장 승인을 받은 지 6개월이 되는 올 11월22일까지는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그때 가서 시장상황을 보고 다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을 연기한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 5~6월에 승인을 받아 올 11~12월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을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상장을 승인받은 업체 가운데 청약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은 지난 3월 코스닥 상장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각각 5월과 6월에 상장 승인을 얻은 케이제이프리텍과 신텍도 같은 상황이다.

신텍 관계자는 "당초 오는 9월에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선 기대하는 가치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소나기는 일단 피하자'는 심정으로 신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진로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어급 공모주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하반기 공모 시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생명보험사 상장 1호를 노리던 금호생명은 증시 여건 악화로 상장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당초 하반기에 30개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심사 청구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당수의 업체들이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상장할 이유가 없다며 계획을 미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