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한 채 추진력을 잃고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다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공기업 개혁(改革)이 아예 물건너 가고 마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7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및 출자회사들에 대한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고,한국가스공사는 분할 민영화 대신 대형화로 가닥을 잡는 등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키로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정부는 민영화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각 부처가 재량껏 추진토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전기ㆍ가스 등 공공요금에 대한 국민 불안,공공노조의 반발 등에 따른 사회와 정국혼란의 부담을 고려했다지만,개별 부처에 구조개혁 작업을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것은 과연 공기업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산하 공기업과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각 부처들이 제대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결국 노조의 반발에 밀려 미적미적하다가 없던 일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공기업 개혁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創出)하기 위한 것이다. 조직이 비대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진 공기업 개혁에 속도를 높이지 않고는 경제활력 회복과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기업 개혁은 개별 부처에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또다시 흐지부지되면서 용두사미가 되고 말 공산이 크다. 정권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