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이 올해 증권시장에서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도 조기상환조건만 충족하면 만기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은행 예금금리의 2∼3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ELS는 약세장에서 주식투자의 위험을 줄이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ELS는 원금보장이 안 되는 상품이 대부분인 만큼 투자를 결정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LS 발행규모 사상 최대

2003년 4월 처음 선보인 ELS는 발행규모가 매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증권업계 발행 규모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05년 1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고 2006년과 2007년엔 각각 23조원과 25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15조1000억원이 발행됐다. 특히 지난 6월엔 발행 규모가 3조5635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ELS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안고 적정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투자방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의 파생상품담당 김기자 팀장은 "주식의 위험성은 부담스럽고,채권의 수익성은 불만스러운 투자자들이 ELS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초기엔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6개 증권사가 발행했고,현재는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은 총 17개 증권사가 ELS를 내놓고 있다.

◆스텝다운형이 대세

ELS는 크게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으로 나뉜다. 원금보장형은 원금손실 걱정이 없는 만큼 수익률은 원금비보장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원금비보장형 중에선 스텝다운형과 하이파이브형이 대표적이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스텝다운형 ELS가 약세장의 히트상품으로 꼽힌다"며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하락률이 조기상환조건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투자할 때 제시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ELS 발행규모에서 스텝다운형이 70% 이상을 차지하고,원금보장형이 15%,하이파이브형이 10% 정도"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A증권사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2년에 연 수익률 15%짜리 스텝다운형 ELS를 발행했다고 치자.6개월 뒤 두 종목의 주가가 발행 당시 최초기준가격(주가)의 75%를 넘으면,6개월 수익률 7.5%(연 15%)로 자동 조기상환된다. 이때 한 종목의 주가라도 최초기준가격의 75%보다 낮으면 조기상환은 불가능하다.

또 6개월이 지나 조기상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 대신 조건은 최초기준가격의 70%로 완화된다. 이후 6개월 뒤엔 65%,다시 6개월 후엔 60%로 낮아진다.

◆조기상환도 많지만 손실 가능성도 있어

ELS가 조기상환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대우증권의 경우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발행한 공모 ELS 138개 가운데 23개가 조기상환됐다. 발행 ELS의 16.6%가 조기상환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발행한 ELS도 조기상환이 잇따르고 있다. 이 증권사가 올 1월 발행한 스텝다운형 ELS 1572호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기초자산이고,만기 3년에 수익률이 연 16%이다.

조기상환 기회는 6개월마다 주어진다. 조기상환을 위한 기준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85%(6개월,12개월) 80%(18개월,24개월) 75%(30개월,만기평가일) 이상이면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지난 9일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최초기준가격의 85%를 웃돌아 이 상품은 6개월 수익률 8%(연 16%)로 조기상환됐다.

하지만 스텝다운형 ELS는 원금비보장형이라서 원금손실도 가능하다. 조기상환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만기가 되고,만기 때 '두 종목 중 하나라도 최초기준가격의 40% 미만'이라는 원금손실조건에 해당하면 원금에서 하락률이 큰 종목의 하락률만큼 손실을 본다.

지난해 말 주가가 고점일 때 우리투자증권 LG디스플레이 미래에셋증권 대한항공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40%넘게 하락하면서 손실을 내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