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개성관광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금강산 사건에서 군인이 민간인을 사살한 점에 초점을 두고 이 문제를 다음 주인 22~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전체회의 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적으로는 북한에 경제적 손실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추가함과 동시에 이를 국제 이슈화함으로써 북한을 안팎으로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등 차원에서 남측이 요구하고 있는 진상 조사단 수용을 북측이 계속 거부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여러 대책의 하나로 개성관광 중단을 상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금강산사건대책반 2차 회의에 참석해 "개성 관광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남북 관계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안전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 대책이 없고 조사도 안 이뤄지는 상황에서 개성 관광도 심각하게 생각해 달라고 현대아산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개성관광 안전 점검을 위해 18일 개성을 방문한다.

이에 덧붙여 정부 당국자는 비공식 브리핑에서 "일단 금강산 관광만 중단하고 개성 관광은 계속한다고 한 입장은 유효하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이 미흡하다면 현대아산 측에서 개성 관광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개성관광 카드를 거론하는 건 북한에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현장 조사나 재발방지 대책을 이끌어 낼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달러화 수입원'인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 관광까지 중단될 경우 북한 경제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음 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ARF가 역내 주요 안보 이슈를 다루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금강산 총격 사건을 지역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발제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부는 금강산 피격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가능한 한 회담 결과물인 의장 성명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명환 장관이 현지에서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만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유 장관은 금강산 사건의 진상 규명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이 변화되도록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금강산 피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는 별도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및 통신설비 지원,이산가족 면회소 등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입장이 변한 것이 없다"며 "북핵 문제와 6자 회담도 이번 사건과 별개의 사안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