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국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 전망 영향으로 1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 인도분 가격은 6.44달러(4.44%) 급락한 배럴당 138.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1991년 1월17일 이후 최대치다. 장중 한때 9.26달러 추락한 135.92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 성장 전망에 심각한 하향 위험이 있고,인플레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언급,원유 수요 감소 전망을 확산시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증가세가 당초 예상치인 1.28%에서 1.2%로 둔화될 것"이라고 밝혀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변동성이 커져 하루에 배럴당 5~6달러나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거듭하면서 배럴당 150달러 선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50달러가 '3차 오일쇼크'의 기준이 되면서 시장 안에서 자발적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유가 급락에 베팅하고 나섰다. 그는 "유가 급등의 원인은 거품 때문"이라며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유가 수준은 비정상적이며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엔 유가에 쌓인 거품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인도 2위의 저가항공사 스파이스젯에 8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고유가로 위기에 몰린 항공업계에서 투자자들이 앞다퉈 발을 빼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는 '도박'이란 평가도 있지만,윌버 로스는 유가의 버블 붕괴를 앞둔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