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은행인 인디맥뱅크의 영업이 정지됐다. 양대 국책 모기지 금융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위기도 심화되는 등 '모기지회사발 금융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국책 모기지회사를 재할인 대상에 포함시켜 긴급자금을 대출해주거나,정부가 회사 자체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연방보험공사(FDIC)는 지난 11일 고객들의 예금인출로 자금이 바닥난 인디맥뱅크에 대해 영업을 정지토록 명령했다. FDIC는 법 규정에 의거,14일부터 예금자에게 1인당 최대 10만달러의 예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1985년 설립된 인디맥뱅크는 190억달러의 예금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저축대부(S&L)조합(일종의 상업은행)이다. 예금을 받아 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알트-에이(Alt-A) 모기지에 투자해왔다. 모기지를 포함한 총자산은 320억달러로 국책 모기지회사를 제외한 독립 모기지회사 중 미국 내 2위다.

이로써 인디맥은 미 역사상 세 번째로 큰 파산 은행으로 기록되게 됐다. 지금까지 은행 파산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1984년 문을 닫은 콘티넨털 일리노이스 내셔널 뱅크로 당시 자산이 400억달러였다. 1988년 S&L조합 부실 사태 때 문을 닫은 아메리칸 S&L조합이 자산 360억달러로 두 번째 큰 파산 은행이다.

인디맥은 알트-에이 모기지를 선보이며 주택경기 활황 때 자산을 급속히 불렸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부실이 급속히 늘어나 지난해 창립 2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6억1480만달러)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26일 찰스 슈머 상원의원이 "인디맥의 예금 지급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서한을 감독당국에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11일 동안 13억달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 인디맥으로선 더 이상 지급을 감당할 수 없게 돼 손을 들고 말았다.

인디맥의 파산과 겹쳐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위기설도 점차 심화하고 있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주에만 각각 45%와 30% 급락하는 등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두 회사가 보유한 모기지 자산은 5조3000억달러로 미국 전체 모기지의 절반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조만간 감독당국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FRB가 두 회사를 재할인 대상에 포함시켜 긴급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안과 정부가 두 회사를 인수해 위탁관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최근 리처드 사이론 프레디맥 최고경영자(CEO)와 전화 통화에서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재할인 창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두 회사 모두를 인수하거나 둘 중 한 곳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두 회사가 현재 상태에서 영업토록 하겠다"고 밝혀 FRB의 긴급자금 대출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인 파이퍼 재프레이의 애널리스트인 로버트 나폴리는 "두 회사가 무너지면 미국 경제도 무너진다"며 "대책은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