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영 일선에서 공식 퇴진한 빌 게이츠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 4가지'게이츠식 리더십(The Gates Way)'을 남겼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며,엔지니어를 극진히 대접하라는 주문 등 게이츠 특유의 리더십은 게이츠 퇴임 후에도 중단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포천지는 보도했다.

◆최악 상황에 대비하라

게이츠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마이크로소프트답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 같은 생각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후임 경영진에게 유전인자로 자리잡았다. 몇 년 전 경영진은 무료로 뿌려지는 리눅스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마이크로소프트를 거꾸러뜨릴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부분적으로 프로그램 소스를 무료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요즈음은 소비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타사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위기 인식 문화와 두려움이 회사를 변화하게 만든 것이다.

◆엔지니어가 회사를 지배토록 하라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수는 총 9만명인데 이 가운데 3만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이다. 게이츠는 평소 회사를 경영하면서 엔지니어들이 모든 주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토록 했다. 이뿐만 아니다. 엔지니어들은 일반 직원보다 보수도 더 많이 받는다. 회사가 무려 80억달러를 투자해 건립한 컴퓨터공학 연구개발(R&D) 실험실은 엔지니어들에게 준 세계 최대 규모의 선물이었다. 게이츠는 회사를 떠나기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유능한 직원이라면 적어도 5명의 엔지니어들을 사귀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회는 제품 사이클의 뒷면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개발해 가장 성공한 제품 중 하나는 '셰어포인트(SharePoint)'다. 기업들이 블로그 등 내부 및 외부 웹사이트를 다같이 개설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툴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이 부문에서만 1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10년간 개선하고 또 개선해 나온 결과물이다. 제품을 둘러싼 시장 환경과 사이클이 어떻게 바뀌든 끊임없이 투자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다.

◆소프트웨어는 유토피아의 툴이다

게이츠는 33년 전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한 적 있다. "다음 10년을 내다봐라.소프트웨어가 창조하는 가치와 인기 높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소프트웨어는 인류를 유토피아로 인도하는 도구로 여겼다. 소프트웨어의 진화를 혁명이라고도 했다. 게이츠는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