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4개 대회 연속 우승과 박세리(31)의 단일 대회 최다 우승 도전에 폴라 크리머(미국)가 암초로 등장했다.

크리머는 11일(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우스GC(파71.길이 6428야드)에서 열린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1라운드에서 '꿈의 타수' 59타에 1타 모자라는 11언더파 60타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에 나섰다. 보기 없이 버디 11개를 쓸어 담은 크리머는 1998년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세웠던 코스레코드(61타)를 갈아치웠다.

LPGA투어에서 50대 타수를 친 선수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유일하다. 소렌스탐은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파72) 2라운드에서 '꿈의 타수'로 불리는 59타를 쳤다. 60타를 쳐 본 선수도 메그 맬런(파70),이정연(파71),안나 에이커-마코스코(파71) 등 3명에 불과하다.

PGA투어에서는 59타를 알 가이버거(1977년),칩 벡(1991년),데이비드 듀발(1999년) 등이 세 차례 기록했다. 일본의 마루야마 시게키는 2000년 US오픈 예선에서 58타를 쳤으나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크리머는 10,13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뒤 17,18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그의 기세는 후반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후반 첫홀에 2.7m 버디를 낚은 데 이어 2번홀 9m,3번홀 4.5m 버디 행진을 이어갔다. 17∼3번홀까지 5개홀 연속 버디였다. 5번홀(파4)에서 188야드를 남겨두고 레스큐클럽으로 공략,'이글성 버디'를 기록했고 막판 3개홀도 모두 버디로 장식했다. 크리머는 "이 코스가 파72로 세팅된 줄 알았다. 파71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기록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워했다. 크리머는 이날 그린을 딱 한 차례만 미스할 정도로 환상적인 아이언샷을 선보였다. 총 퍼트수는 23개에 그쳤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37.5야드였고 티샷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71.4%였다.

지은희(22.휠라코리아)와 박희정(28.CJ)이 6언더파 65타를 때려내 선두 크리머에게 5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라 역전 우승 가능성을 남겨뒀다. 단일대회 최다인 6회 우승을 노리는 박세리(31)도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3언더파 68타로 김나리(23)와 함께 공동 9위에 자리잡았다. 크리머에게 코스레코드를 내준 박세리는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나도 10언더파를 친 적이 있고 이번 대회에서 더 적은 타수를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미셸 위(19.나이키골프)는 1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32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위는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35.5야드,페어웨이 적중률이 42.8%에 머무는 등 드라이버샷이 난조를 보였다. 이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지연돼 20여명이 18홀을 다 돌지 못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