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름만 되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직장인 대부분이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 휴가를 가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새벽에 집을 나서 밤 늦게야 일이 끝나는 그이기에 미안한 마음은 더하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고액 연봉자로 일반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현실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딸 아이 유치원 방학에 맞춰 제대로 휴가를 못 가서 항상 원망받고 살죠"라고 체념한 듯 말한다.

시장 흐름이 평이하다면 눈치 봐서 며칠간이라도 갈 수 있겠지만 최근 시장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지난달부터 해외 악재로 인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어 자리를 비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직급이 높고 연봉이 높은 애널리스트일수록 여름 휴가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종목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한숨을 내쉰다. 한 IT담당 애널리스트는 "여름 휴가 시즌은 항상 2분기 실적 시즌과 겹친다"며 "담당 기업들의 실적 분석이 끝나고 대부분 가을이나 겨울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대외 변수가 심해 실적 예상에 더 많은 품을 들여야 할 실정이다.

하지만 연차가 낮은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은 시니어들과 달리 여름 휴가를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 기업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은 맡은 영역이 비교적 적어 가급적 여름 휴가를 갈 수 있게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