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금융타운에 있는 웰스파고 본점에서 북쪽으로 20여㎞ 떨어진 노스비치(North Beach) 지점.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이곳 점포에서 일하는 사람은 5명의 은행원과 6명의 텔러(창구 출납 직원)가 전부다.

웰스파고 지점 규모에 따라 나눠지는 5등급 가운데 4등급에 속하는 점포라 상당히 작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업무는 결코 적지 않았다.

"매월 700개 이상의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있습니다.뱅커 한 명당 100개가 조금 넘죠."

한국계 교포인 조안나 박 지점장(32)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통장 신규 개설이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미국 사회에서 이 정도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은행가의 평가다.

지점 업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업무 강도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오전 9시 영업 개시 전에 미팅을 갖고 영업계획을 점검한다.

전날 영업 결과 보고와 함께 이날 하루 동안 고객과의 면담 횟수와 상품 판매 계획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오후 2시에는 오전 실적을 평가한 뒤 독려한다.

오전에 고객과 만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추가적인 영업 방향을 조언하기도 한다.

영업 성과에 대한 측정도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1인당 상품 판매수,1인당 수익,교차판매 실적 등 개인 성과를 바탕으로 지점당 수익을 월 단위로 점검한다.

게다가 지역본부에서 수시로 현장 서비스를 점검하기 때문에 일선 창구 영업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고객이 창구를 방문해 3분 이상 대기하면 다른 서비스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만점을 받지 못한다.

각 지점별로 매주 화요일 통보하는 서비스 점검 결과는 지점의 예산과 성과급에 그대로 반영된다.

토요일이면 문을 닫는 국내 은행들과는 달리 이곳은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관광객이 많아 주말에도 인근 레스토랑이 붐비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인 BOA(뱅크오브아메리카)나 워싱턴뮤추얼은 오후 1시까지만 영업을 하지만 이곳은 잔돈을 교환하기 위해 오는 고객들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 시간을 연장했다.

세일즈 컨설턴트이자 지역 담당 매니저인 레이먼드 킴은 "이렇게 해서 안면을 튼 고객들이 나중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전화를 돌리는 것보다는 얼굴을 보면서 마케팅을 하는 감성적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대형 슈퍼마켓에 있는 지점의 경우 일요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 등 웰스파고는 철저하게 고객과 눈을 맞추는 영업을 하고 있다.

'고객과 함께 호흡하고,함께 성장하는 것'.웰스파고의 영업전략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하다.

가게를 새로 열려는 고객에게는 미리 상권 분석과 대출 상담을 해주고,가게를 연 뒤에는 영업시간에 맞춰 잔돈을 교환해주는 일부터 세금 정산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재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게 종업원이 한 명이라도 임금 지급과 사회보험료 납부까지 대신 해준다.

지역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교에서 여는 저축 강좌에도 자발적으로 은행원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수시로 주택 구입 세미나를 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상권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은행도 같이 크는 '동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지역 은행 서비스에 해당하는 커뮤니티뱅킹 수익이 전체 은행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로 주택담보대출 수익 비중(17%)의 2배에 달하는 것을 보면 웰스파고가 지역사회 맞춤형 금융 서비스 제공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웰스파고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자산 증가율 17%,순이익 증가율 16.3%를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총 영업점은 5964개로 미국 내 1위다.

모기지 상품만 취급하는 지점이 2300여개에 달하고,슈퍼마켓 내 매장도 537개에 이른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만 있는 무인점포도 6900곳으로 미국 내 3위다.

샌프란시스코 본점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옥 카르마 영업부장은 "우리 직원들은 고객에게 모기지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며 "펀드 상품도 고객의 노후 보장을 돕고 자녀 교육과 새로운 사업의 출발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중국 펀드를 권했다가 다음 날 동유럽 펀드를 권하는 식으로 시류에 편승하는 펀드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화가 느껴졌다.

샌프란시스코=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