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포로의 반응은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금방 구출될 것이다'.

둘째는 '가망 없다. 죽을 것이다'.

셋째는 '쉽진 않겠지만 가능할 것이다.

몸을 추스르고 기다리자'.

살아남는 건 낙관파도 비관파도 아닌 적응파, 곧 언젠간 벗어나리라 믿고 현실을 받아들인 채 체력을 지킨 쪽이라고 한다.

포로나 인질 생활이 감옥살이보다 끔찍한 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통설이다.

처참한 대우도 대우지만 그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심신을 더 조인다는 얘기다.

포로나 인질에서 구출되거나 석방된 사람이 영웅 대접을 받는 것도 그런 고통을 견딘 덕일 것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유세 중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가 6년여의 인질 생활 끝에 풀려났다.

콜롬비아 정부군이 첩보원을 침투시켜 구출했다는 건데 일부에선 쇼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과 정부군이 FARC 일부 지도자들에게 피난처와 돈다발 등을 제공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어쨌거나 그가 죽을 고생을 한 건 사실이다.

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땅바닥에서 잤다니 그 수모를 짐작할 만하다.

자살 충동도 느꼈지만 자식들 생각에 기운을 차렸다고도 털어놨다.

아무튼 생환하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프랑스 정부의 훈장도 받고 노벨평화상 후보도 될 판이다.

인생은 이렇다.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헤쳐나오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건 물론 더 높이 뛰어오를 수도 있다.

물론 소름 끼치는 기억은 악몽으로 남아 살아있는 내내 괴롭힐지 모른다.

그러나 잊으려 애쓰기보다 되새기며 자신을 채찍질할 때 악몽은 디딤돌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우리 모두 자의반타의반으로 만들어진 인생의 포로다.

대책없는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금물이다.

다가올 축복을 믿고 힘을 기르면 자신을 얽어맨 사슬에서 해방될 게 틀림없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말도 기억하면서.

"현실이란 땅에 두 발을 딛고 이상인 하늘의 별을 향해 두 손을 뻗어 착실히 올라가야 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