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교민 박재일씨는 올 독립기념일(4일) 연휴 때 아이들의 성화에 시달렸다.

4년째 계속해오던 가족여행을 올해는 하지 않은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는 박씨는 연중 쉬는 날이 거의 없다.

그나마 독립기념일 연휴 때 가게 문을 닫는 데다 아이들도 여름방학을 막 시작한 무렵이어서 이른 여름휴가를 떠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포기했다.

불경기로 벌이가 시원찮은 데다 기름값도 오른 탓이다.

박씨 같은 사람이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 땐 상당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연휴 때 여행을 떠난 미국 사람은 작년보다 2% 줄었다.

여행객이 감소하기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기록적인 고유가로 휘발유값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주된 이유다.

독립기념일 같은 연휴 때 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가족단위로 바비큐 파티를 한다.

올해는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주식인 빵값은 1년 새 16%나 올랐다.

치즈값과 스낵값도 각각 14%와 7.4% 뛰었다.

바비큐용 가스값은 29%나 뜀박질했다.

소시지와 돼지고기값은 그대로라지만 이것만으로 바비큐파티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니 여행도,바비큐 파티도 포기한 채 동네별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구경하면서 독립기념일 연휴를 지냈다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고유가와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미국인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BMW족'의 급증이다.

'자전거(Bicycle)'나 메트로 전철 및 버스 등 '대중교통(Metro)'을 이용하거나 아예 '도보(Walk)'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이런 태도는 기업들엔 타격을 준다.

지난주 뉴욕증시를 흔들었던 'GM 파산설'이 대표적이다.

미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은 최근 몇 년 동안 퇴직자 의료보험 등 고비용 때문에 시달렸다.

이를 겨우겨우 해결했더니 이번엔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다.

아무리 GM이라도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렇게보면 BMW족이 늘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엔 소비자가 줄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불경기의 잔영이 드리워지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