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첫 임시국회가 결국 국회의장도 선출하지 못 한 채 4일 끝났다.

헌정 60년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출발부터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악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날 과반이 훨씬 넘는 의원들을 앞세워 본회의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친박연대와 공동으로 오는 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7월 임시국회를 소집키로 했다.

◆국제적 망신 자초한 국회

국회는 이날 한국이 배출한 '지구촌 대통령'을 제대로 영접조차 못하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오전에 국회를 방문했지만 그를 맞이해야 할 국회의장이 없어서다.

당초 국회 사무처는 반 총장이 국회 본청에 들러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반 총장은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장 내정자(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의 환영인사를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세계 각국에서 국가 수반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는 반 총장이 정작 고국 국회에서 '홀대'를 받은 셈이다.

김 내정자 측은 "나름대로 예의를 갖췄지만 난감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토로했다.

의장 부재로 7월17일 국회 환갑 잔치(제헌 60주년 행사)도 주인 없는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 무력시위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만 해도 국회의장 단독 선출을 강행할 분위기였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지난 2일부터 전체 국회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단독 선출 방침을 밝혔고 이날 첫 업무를 시작한 박희태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이 국회 가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냐.등원문제에 대해 홍 대표에게 전적인 신임을 보낸다"며 힘을 보탰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및 무소속 일부 의원 등 175명이 본회의장에 모여 의장 단독 선출을 위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참석한 의원 대부분이 단독 선출에 찬성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이병석 의원은 "야당은 이미 자발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스스로 내동댕이쳤다"며 "우리가 (단독으로 의장을 선출해) 민주당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일정 부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도 "상황적으로 볼 때 야당이 전당대회 후에 등원협상을 하더라도 지금까지 받아낸 것 말고 새로운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분명하다고 본다"며 단독 선출을 주장했다.

하지만 강경 입장을 보이던 홍 원내대표도 "야당에 새로운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이계진 의원)"는 정치적 부담감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당사자인 김 내정자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서민들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는데…"라고 안타까워하며 오후 4시 산회를 선언했고 본회의는 한나라당의 무력시위로 끝이 났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