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고유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근로자는 임금 인상 자제를,기업은 자발적으로 고용 확대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지난 3일 충청남도 호서대학교 신기술창업보육센터를 방문한 후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정부가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 개인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자발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수석은 "공무원들도 고통 분담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이상으로 올랐을 경우 공무원 임금인상 억제를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인터뷰는 그의 바쁜 일정 때문에 신기술창업보육센터 현장방문 후 호서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도중과 서울행 승용차 안에서의 대화로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1년3개월 만에 민간(우리금융지주회사)에서 공직으로 돌아온 그는 △고유가 대책 △경제정책 기조 △금융공기업 민영화 등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화법으로 견해를 밝혔다.


―머리가 많이 세신 것 같습니다.어떻게 지내시는지.

"세월이 흘렀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그보다 머리가 빠져 걱정이에요.담배도 한 갑 정도 피우다 최근 3∼4개비까지 줄였는데 회사(우리금융지주회사) 그만두면서 다시 늘었어요.여기(청와대)오니까 머리 아픈 일이 많아 줄이기가 쉽지 않네요."

―경기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데 청와대 들어올때 고민은 없으셨는지.

"실업자에게 일자리 주면 좋은 거지요 뭐.공무원이 하고 싶다고 하고 싫다고 안하고 그럴 수 있나요.그런 식으로 공직생활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수석인사 발표 때 "이보다 어려운 적도 많았다.

국민 저력 믿는다"고 자신있게 말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자신있게 얘기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앞에서 다른 분들이 너무 밍밍하게 인사를 하기에 한 사람이라도 자신있게 얘기해야지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말하게 됐지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는 등 심상찮은 상황입니다.어떻게 보는지요.

"유가 예측은 참 어렵죠.어떤 연구소는 70달러를,어디서는 200달러를 얘기하는데 그걸 기준으로 정책을 짤 수는 없어요.예측기관들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아직 원가를 줄일 여지는 많이 보입니다.
청와대만 해도 사무실 전체의 전원 스위치가 하나밖에 없어요.그런 걸 보면 아직 버틸 만한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유가별 비상대책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과거 오일쇼크 때 유가 단계별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세워놓곤 했는데 그게 다 진부한 얘기예요.지금 우리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그런 조치에 들어가기 전에 개인 기업 정부 각 경제주체 각자가 고통을 분담할 때라고 생각합니다.쉽게 얘기하지요.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제품가격이 오르고 그러면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됩니다.이럴 경우 임금 인상분이 다시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또 다시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돼요.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임금인상 자제쪽으로 고통을 분담해줘야 합니다.공무원도 고통분담의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임금동결이나 인상률 조정 등은 민감한 사항인데요.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그런 조치를 검토하게 되나요.

"구체적인 것은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다만 임금을 동결하더라도 일률적인 것보다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차이를 두는 게 더 좋겠지요.또 공무원 임금을 손댄다고 정부서비스를 줄여서는 안됩니다.정부가 서비스를 줄이면 부유계층이나 저소득층에나 똑같이 서비스가 줄어들어 결국 저소득층일수록 피해가 커지게 되지요."

―기업들은 어떻게 동참할 수 있습니까.

"내 기억에 고통분담이란 얘기는 수십년간 수십번은 썼어요.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채용을 늘려주면 됩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다른 경제 문제에 대해선 어떤 기조로 대처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두 가지입니다.첫째는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비경제부문에 대한 개혁 문제입니다.제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6년 동안 구 재정경제부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할 당시 산업이나 금융부문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안썼습니다.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는 복지 의료 환경 교육 등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부분에 있습니다.그런 부분을 개혁하는 게 큰 임무라고 생각합니다.두 번째는 시장경제에 포함돼 있지만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살피는 일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말씀하시는지요.

"제조업은 제조업 나름대로 잘하고 있어요.그쪽에서 뭘 원하는지 건의 채널도 잘 구축돼 있습니다.그러나 농업쪽이나 벤처.중소기업쪽은 원하는 게 있어도 정부에 전달할 방법이 없어요.제가 임명장 받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이 태안 축산농가와 벤처.창업기업입니다.이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는 현장에 있기에 직접 들으러 간 겁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메가뱅크안을 지지하셨는데.

"신한은행이 조흥은행 LG카드를 합치고 왜 값이 올라갔나요.M&A(기업 인수합병) 성공해서 값이 올라간 겁니다.합치면 안 팔린다는 것은 틀렸다는 얘기였습니다."

―덩치가 너무 크면 팔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기업은행 주식을 스와프하지 않고 우리은행이 사면 됩니다.그리고 우리은행 주식 51%를 한 사람에게 팔 필요없어요.국민은행처럼 여러 개로 쪼개 파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금도 메가뱅크안이 유효한가요.

"그때는 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이제는 정부에 들어왔으니 중립을 지켜야 할 입장입니다."

―그런 얘기를 금융위원회와도 얘기해보셨나요.

"노코멘트입니다."

―정부가 고환율 지지정책을 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제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지 않았습니까."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