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물가,고성장.' 이 세 가지가 만나면 주식시장에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이상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

2000년대 초 이후 대략 지난해까지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이런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작년 말 이후 급속히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듯하다.

기름값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의 급습,낮아지는 경제 성장률과 경기 침체,물가 억제를 위해 정부가 긴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 아래 서서히 오르는 시중 금리 등 1∼2년 사이에 주식시장의 기상도는 그 이전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고민도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주식시장이 끝 모를 심연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분명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한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미국의 경우 1973∼74년 1차 오일쇼크 때 주가는 22% 빠졌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구매력의 상실분까지 합치면 이 기간 동안 주식 자산의 가치 하락은 50%가 넘었다.

하지만 시야를 확장하면 주식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훌륭한 헤지 수단이 된다.

세계적인 증권시장 이론가인 제레미 시겔 교수는 과거 100여년 가까운 통계 작업을 통해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책이 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훌륭한 헤지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바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70년대 초 1차 오일쇼크 당시 국내 상장 기업들의 숫자는 180개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 시장이었고 증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오일쇼크 이후 국내 증시는 75년 중동 특수로 인한 오일 달러가 유입되면서 '건설주 폭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장기적으로 주식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헤지 기능을 갖고 있을까.

물가가 오르면 기업의 매출과 비용도 동시에 증가한다.

단 비용만 늘어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이렇게 인플레이션 시대의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간 기업들의 이익의 질은 다시 경기가 살아나면 더욱 좋아지게 마련이다.

만일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적응 능력을 키워오지 못했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펀드 투자자들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믿음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현재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쉽게 돈을 벌어주기 보다 변덕을 부리며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다.

때때로 시장은 이처럼 비열하다.

<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sglee@miraeass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