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가정주부 입장에서 가장 먼저 씀씀이를 줄이는 분야가 바로 외식비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발간하는 유통전문지 리테일매거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503명의 답변자 가운데 85.5%인 430명이 최근 가계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44.4%가 가장 많이 줄인 품목으로 외식비를 꼽았다.

그렇다면 가정주부들이 요즘같이 어려운 때도 절대 줄이지 않으려는 소비 품목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비다.

전체 응답자의 1.6%만이 자녀 교육비를 줄였다고 대답했다.

'가정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교육은 최고로 시키겠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열이 반영된 결과다.

자녀 교육에 공을 들일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 금융인 4명의 교육열도 일반 가정주부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구동성으로 현재 한 달에 80만~120만원을 쓰고 있는 자녀 교육비는 "절대 줄이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윤선애 삼성생명 파이낸셜 플래너(FP)는 "자녀 1명에게 월 10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지만,교육비를 줄일 생각이 없다"며 "같이 근무 중인 강북지역단 성북지점 FP 가운데 고물가 부담으로 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동료는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 '워킹 맘'들은 교육을 위해 자녀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내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왕미화 신한은행 지점장은 "주중에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은 만큼 주말 시간은 영화나 운동경기 관람 등을 자식들과 같이 하는 방식으로 쓴다"고 말했다.

윤 FP는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교육에 힘을 쏟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신 동년배들보다는 훨씬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데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가정주부 학부모들과 대화하는 데 예외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부형 모임에 자주는 못 나가지만 한 번 나가면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까지 포기할 정도로 열성적인 가정주부들과 같이 있으면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고2 아들을 둔 임찬희 기업은행 PB팀장은 "교육과 관련해 평소에 전혀 신경을 써주지 않는데도 자식이 알아서 공부를 잘하는 것인데,학부모 모임에서 자꾸 자녀교육은 어떻게 시키는지 물어봐 난감할 때가 많다"며 "너무 모른다고만 하면 깍쟁이 소리를 들을까봐 임기응변을 동원해 가까스로 난감한 상황에서 빠져 나온 적도 있다"며 웃었다.

31개월 된 딸을 키우는 이현진 AM팀장의 경우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면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주변에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 자녀가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직장생활의 지속 여부를 고민할 생각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