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슈퍼 리치들도 속속 휴가를 떠나고 있다.

슈퍼 리치들은 특히 올 여름 휴가를 다른 해보다 길게 잡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고유가 등으로 상반기에 투자 피로가 누적됐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도 쉽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벅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봐서는 올 상반기 투자환경이 얼마나 안좋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여름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기존에 투자한 자산을 처분해 현금화하는 작업도 눈에 띈다.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유입액이 지난달 이후 부쩍 늘어나고 시중에서 현금이 퇴장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휴가를 길게 떠나고 현금화하는 것은 최근처럼 투자환경의 앞이 안보일 때는 '쉬는 것도 투자'라는 재테크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대목이다.

단순히 현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길게 여름 휴가를 떠나는 것만은 아니다.

휴가 이후 투자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중에서 경기나 투자전망과 관련한 국제세미나와 연관시켜 휴가를 계획하는 슈퍼 리치들도 많다.

여름 휴가철 이후 투자환경이 어둡고 경우에 따라서는 급반전할 가능성이 함께 있는 점을 감안해 '재테크 집사'와 세미나 참석자들과 많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게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요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유명 휴양지는 미래를 예측하는 세미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극심한 부진이 예상되는 올 여름철을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 리치들이 올 여름 휴가철에 즐겨 찾는 휴양지로는 캐나다 그린란드,시베리아 북동부,남극지역을 비롯해 '자원 보고'라고 알려진 미개척지가 많다.

벌써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그린란드로 떠나는 여행 편수가 대폭 늘어나고,타는 사람들도 올해는 유난히 부자들이 많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와 국부펀드 자금 유입으로 이들 지역이 이제는 개척 지역으로 속속 편입됨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들 지역의 투자 수익성을 판단하기 위한 일종의 재테크 여행이다.

슈퍼 리치들이 반드시 좋은 길을 안내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 여름철은 그 어느 때보다 휴가를 재테크로 연계하는 '휴테크'를 중시하는 해로 삼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최근처럼 어려운 때는 조급한 마음보다는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올 여름 휴가를 보내는 것도 자신들의 재산을 늘려가는 데 크게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