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 병을 가장 잘 고치는 명의(名醫)가 누굴까?’ 지인들이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때 아닌 명의(名醫) 논쟁이 벌어졌다. 저마다 명의의 조건을 말했다.

“세계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하버드 의대출신 의사다.”
“가장 큰 병원에서 스카우트한 의사다.”
“국제 의학회에서 추천하는 전문의다.”
“예약이 가장 많이 밀려있는 의사다.”
“연봉이 가장 높은 의사다.”

학위가 좋고, 명성이 높고, 몸값이 높고, 권위 있는 의사. 저마다 일리가 있었다. 쉽사리 결론이 나질 않았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의사는 실전에 강해야합니다. 그러니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지요.”

아무리 유명하고, 연봉 높고, 학벌이 좋고, 권위 있는 의사라 할지라도 결국 그 간판들은 ‘실전’을 위한 방편일 뿐이다. 위중한 환자를 치료하는 실전인 수술에서 판가름 나는데, 자꾸 수술을 하니 실력도 늘고, 치료가 되니 환자도 몰린다는 것.

어디 의사뿐이랴. 가장 훌륭한 군인이란 계급이 높은 자도, 유명한 자도, 치밀한 전략가도 아니다. 수많은 실전을 겪고 그 실전에서 살아남은 자가 가장 훌륭한 군인이다.

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재테크’다하여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펀드투자 등 수많은 관련 서적과 정보가 넘쳐나서 머리를 싸매고들 공부한다. 이것도 모자라 전문 케이블 채널을 찾아가며 유명한 전문가나 성공한 투자자들의 조언에 귀를 세운다.

하지만 연말에 장안에 내놓으라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발표한 다음해 증시 예측결과를 연말쯤에 한번 꼼꼼히 점검해 따져보라. 그 뜻밖의 결과에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분명 일반인들보다 많은 정보와 깊은 지식으로 무장한 금융전문가들이 왜 이런 빗나간 예측을 할까.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정보’란 따지고 보면 이미 지난 일일 뿐이다. 시장은 시장에 물어야한다. 돈도 돈에 물어봐야한다.

돈 버는 것을 정보나 유명세에서 찾을 수 있을까. 돈 벌이도 바로 지금의 실전에서 나온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본인이 실제로 해온 돈벌이와 돈 씀씀이를 돌아볼 줄 아는 것, 바로 자기로부터 배우는 것이 실전이다.

그래야 반복되는 실패를 줄이고 돈이 새는 구멍을 막을 수 있다. 실전의 자기 인생을 통해 자신의 실패를 반복하는 습관과 나만의 특성을 발견하는 자, 다시 말해 자신을 아는 자가 자신의 분수와 특성에 맞는 돈벌이에 성공할 수 있다.

모든 이론과 정보, 유명세와 학벌, 계급은 실전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자기 인생의 실전에서 배움으로써 성공한 인생에 한말 다가설 수 있다. 덤으로 무작정 남과 비교하지 않는 순간을 깨닫게 된다. 행복도 여기에서 나온다.

과연 누가 명의일까. 실전에 강한 의사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 명의를 이렇게 생각해보았다. 병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예방해주는 의사.

사람들은 수술할 정도로 악화된 위중한 환자를 고친 의사에 주목하지만, 환자가 위중에 이르기 전에 미리 알아보고 예방의학을 펼치는 의사는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록 드러나지 않기에 유명할 수가 없고, 증거를 대라며 실증을 요구하는 비판자들에게 궁지에 몰리기 십상이지만 그런 의사야말로 인간이 만든 명의가 아니라 하늘이 내린 명의가 아닐까.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사회의 낮은 곳에 돈을 쓰는 자야말로 영혼이 풍요로운 진짜 부자일 것이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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