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팀 =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은 산업생산과 소비의 증가세 가 둔화하고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모두 각각 4개월, 6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해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감을 높였다.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생산.출하 모두 감소
고유가가 기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면서 5월 광공업 생산과 출하가 전월대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5월 광공업생산은 휴대용 전화기와 금형, SUV 승용차 등의 부진으로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반도체와 및 부품, 영상음향 등의 호조로 인해 전년 동월대비로는 8.3%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지난해 11월(7.7%)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증가율이 5월에 한자릿수로 떨어져 경기둔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5월 생산자제품 출하 역시 휴대용전화기와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1.2% 감소했고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는 6.1% 증가했다.

수출용 출하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15.8% 증가한 반면 내수용 출하는 석유정제, 기계장비, 자동차 등이 부진하면서 0.1% 감소했다.

내수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파고 속에서 수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하반기 들어 고유가의 악영향이 본격화돼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도 장담할 수 없다.

재고는 전월대비 증가율이 2.2%였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반도체 및 부품이 70.9%나 늘면서 13.2%를 기록했다.

5월 서비스업 생산은 개인서비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금융 및 보험업 등에서 증가했지만 통신업, 오락.문화.운동관련 서비스업, 도.소매업,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등에서 부진해 전월대비 0.1% 줄었다.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금융과 보험, 운수업,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부동산.임대업 등을 중심으로 4.6% 늘어났지만 전월(6.0%)보다 증가세는 둔화됐다.

◇ 투자.소비 감소..내수 추락
5월 설비투자 추계는 기계류 투자 부진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감속 폭도 전월(-1.9%)보다 커졌다.

전월비로도 2.3% 감소해 2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기계류의 설비투자 추계는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5.2% 줄어 1월부터 5월까지 계속 감소세를 나타냈고 국내기계 수주도 1.1%로 줄어들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행히 국내 건설기성과 국내 건설수주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8.0%와 18.8% 늘어났다.

소비도 상황이 좋지 않다.

5월 소비재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1% 늘어나는데 그쳐 전월(5.7%)보다 증가세가 둔화됐고 올해 2월(2.9%)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전월비로는 0.6%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고 감소 폭은 확대됐다.

기업들은 경기 상황이 불투명해 투자를 꺼리고 있고 개인도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 경기지수 계속 하락
생산과 투자, 소비 등 내수의 부진이 이어지고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지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 100.3으로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해 4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 101.5에서 2월 101.2, 3월 100.9, 4월 100.5, 5월 100.3 등으로 집계됐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달에 비해 0.5%포인트 하락했다.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지난해 12월 7.0%에서 올해 1월 5.7%, 2월 4.3%, 3월 3.2%, 4월 2.8%, 5월 2.3% 등으로 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 이태성 경제통계국장은 "통상적으로 경기 하강 초기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3개월 연속으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현재 4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점은 경기 하강 초기 국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지표들이 경기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을 보이자 이구동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5.6%까지 오르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추월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원유 등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른 데다 내수경기 활력도 지속적으로 약화하면서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가운데 물가불안이 고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도 이달 중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발표하면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5.0%, 경제성장률은 4.0%가 될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1%로 예측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크게 봤다.

상반기 성장률이 5% 중.초반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2%대 후반~3%대 초반 성장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있어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분간 유가 동향이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