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에게도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스페인 의회 환경위원회가 26일 고릴라ㆍ침팬지ㆍ오랑우탄 등 유인원의 권리 보호를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한 유인원들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존권ㆍ자유권 등을 부여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 '그레이트 에이프 프로젝트(GAP)'의 주장에 기초한 것이다.

GAP의 페드로 포자스 스페인 지국장은 이날 결의안이 초당적 지지를 등에 업고 의회를 통과한 데 대해 "오늘은 동물 권리보호를 위한 투쟁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유인원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의회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물의 권리보호보다는 투우(鬪牛) 이미지로 해외에 더 잘 알려져 있는 스페인에서 이러한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은 보수적인 스페인의 이미지가 진보적인 색채를 띠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안도 조만간 제정될 예정이며, 이를 어기면 형법상 처벌을 받게 된다.

스페인 정부는 1년 내에 유인원을 대상으로 한 유해 실험을 금지하는 등 법령집을 개정할 계획이며, 유인원을 서커스ㆍTV 광고ㆍ영화 등에 출연시키는 것도 금지된다.

또 동물원에서 유인원을 사육하는 것은 계속 허용될 전망이지만 법안 지지자들은 전체 동물원의 70% 가량이 사육 환경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드리드 로이터=연합뉴스) m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