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마법'이 스페인과 재대결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4강에서 '무적 함대' 스페인과 다시 맞붙는다.

조국 네덜란드를 제물 삼아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러시아는 27일(한국시간) 오전 3시45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D조 조별리그 때 한 차례 맞붙었던 스페인과 리턴매치를 벌인다.

러시아는 벼랑 끝 단판 승부에서 히딩크 매직이 통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 1위 중 유일하게 4강에 오른 스페인은 막강 화력을 앞세워 러시아의 돌풍을 잠재울 태세다.

이 경기에서 축구 팬들의 관심은 단연 히딩크 감독의 '기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다.

러시아는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수비 조직력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스페인에 1-4로 대패하자 '히딩크 매직은 더 이상 없다'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그러나 2, 3 차전에서 그리스와 스웨덴을 잇따라 물리치고 극적으로 8강에 오른 뒤 강력한 우승 후보 네덜란드까지 3-1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오르자 그의 지도력은 재조명을 받았다.

무엇보다 네덜란드를 꺾으면서 러시아 선수단의 사기와 의욕은 하늘을 찌른다.

히딩크 감독은 준결승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스페인과 1차전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전혀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공격의 핵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두 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고 장신 스트라이커 로만 파블류첸코 역시 갈수록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파블류첸코는 스페인 공격수 다비드 비야(4골)에 이어 3골로 득점 공동 2위.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 스페인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러시아(24위)보다 한 수 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스페인에는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다비드 비야와 간판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다비드 실바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탈리아와 8강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스페인의 4강을 견인했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는 이번에도 골문을 굳게 지킨다.

1950년 월드컵 4강 진출과 1964년 이 대회 우승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내세울 만한 성적표를 내지 못했던 스페인은 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44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상대전적 5승3무2패로 앞선 스페인은 1971년 대회 예선 1-2 패배 후 러시아에 7경기 연속 무패 행진 중이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도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 약점을 교묘히 파고드는 전술로 완승을 거뒀던 터라 재대결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다만 큰 무대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메이저 대회 징크스'를 깨는 게 관건이다.

스페인은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에서 번번이 준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4년 유로대회 우승을 끝으로 스페인은 월드컵을 포함한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