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6개홀을 남겨두고 3타차 2위.게다가 상대는 지난해 5승을 거둔 '장타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역전 우승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시작됐다.
23일(한국시간) 미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CC(파72·길이 6328야드)에서 열린 미 LPGA투어 웨그먼스LPGA(총상금 200만달러) 4라운드 13번홀(386야드).지은희가 6번 아이언으로 한 두 번째 샷은 홀 9m 지점에 멈췄다.
전날부터 퍼팅감이 살아난 지은희는 '일단 2타차로 좁혀보자'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퍼팅했다.
공은 라인을 타고 가더니 마술처럼 홀속으로 사라졌다.
천금 같은 버디였다.
그린 옆 벙커에서 '3온'을 한 페테르센은 4.5m 지점에서 2퍼트를 하며 1타를 잃었다.
1타 앞선 선두.
150야드짜리 파3홀인 15번홀에서 지은희는 8번 아이언을 잡았다.
침착하게 날린 샷은 깃대를 향해 날아가더니 홀 1.8m 거리에 멈췄다.
다시 버디 찬스.반면 페테르센의 볼은 홀에서 9m 거리에 떨어졌다.
자신감을 잃은 페테르센의 첫 퍼트는 홀에서 90㎝ 정도 못미친 곳에 멈췄다.
지은희는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켜 공동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심적인 동요를 일으킨 페테르센은 90㎝ 파퍼트를 실패하며 지은희에게 선두자리를 내줬다.
지은희는 "우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라운드 때까지만 해도 커트만 통과하자는 게 목표였다.
아이언샷 감각이 그리 좋지 않아 중간에 집중적으로 연습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게다가 퍼팅까지 잘돼 꿈에 그리던 우승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은희는 전날 8언더파에 이어 이날도 5언더파 67타를 몰아치며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이선화(21·CJ)에 이어 한국선수로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이선화가 우승할 때는 '세계 최강'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톱랭커들이 불참했으나 이번에는 US여자오픈을 앞두고 모두 참가해 더욱 값진 우승이 됐다.
우승상금 30만달러를 받은 지은희는 상금랭킹 10위(47만달러)로 올라섰다.
특히 지난해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때 페테르센에게 1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가 취소돼 역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2위에 그쳤던 지은희는 8개월 만에 성사된 최종일 맞대결에서 깨끗하게 설욕했다.
지은희는 "작년 수잔에게 진 빚을 돌려받았다.
오늘처럼 퍼팅이 돼 준다면 이번 주 US여자오픈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페테르센은 경기 후 "지은희가 마치 불독처럼 물고 늘어졌다"고 완패를 시인했다.
4언더파 68타를 친 장정(28·기업은행)과 3타를 줄인 한희원(30·휠라코리아)이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3위에 올라 상위권 4명 가운데 3명이 한국 선수로 채워졌다.
오초아는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상금 5만4899달러를 보탠 오초아는 11개 대회 만에 시즌 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하며 종전 기록(아니카 소렌스탐,15개 대회)을 갈아치웠다.
미셸 위(18·나이키골프)는 합계 4언더파 284타의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